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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00명 사망한 병원 폭격은 전쟁범죄… 비극 멈춰야 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 아흘리 아랍(al-Ahli Arab) 병원이 지난 17일(현지시간) 공습을 당하면서 부상을 당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한 여성이 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수술 중인 병원에 강한 폭발이 일어나 천장이 무너졌다. 생명을 살리는 곳에서 사람들이 스러졌다. 사망자가 500명 이상이다. 주로 전쟁에 취약한 어린이 여성 피란민이다. 아무리 전쟁 중이어도 국제법상 병원과 의료진은 보호 대상이다. 민간인을 학살한 명백한 ‘전쟁범죄’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이 17일(현지시간)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 이번 참사는 전쟁 중 발생한 병원 폭격 사례 중 최대 인명 피해라고 외신은 전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이라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다른 무장세력 이슬라믹지하드가 벌인 일이라며 부인했다. 누구의 소행이든 국제법을 어긴 뚜렷한 전쟁범죄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병원은 인명 구호에 전력을 다하던 의료시설이자 전쟁 중에 갈 곳을 잃은 피란민을 품은 곳이었다.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곳에 잘 지어져 있어 오폭 가능성이 작다고 한다.

국제인도법의 대원칙인 제네바협약은 전쟁에서 적대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살상을 금한다. 의료시설 공격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제네바협약 비준국으로 이를 따라야 한다. 동시에 전쟁범죄를 저질러도 사법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있지만 21년 역사상 유죄 판결은 단 10건에 불과했다. 유엔은 진영 다툼 속에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지 오래다. 암담한 상황이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직전 대참사가 발생하면서 이·팔전쟁이 시계제로 상태가 된 것도 안타깝다. 확전 위기를 맞은 이번 전쟁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꼽혔던 요르단·팔레스타인자치정부·이집트와 미국 간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이번 사건에 분노한 이들 중동 국가가 회담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점점 꼬여가고 있다. 가자지구에는 최소 199명의 이스라엘 인질이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이 또 다른 전쟁범죄를 낳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인질도 위태롭게 한다. 이러다가 종국에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는지 잊힌 채 민간인 학살만 자행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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