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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염수 방류의 역지사지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2011년 3월 11일. 동해 남부 먼바다의 대지진과 함께 몰려온 쓰나미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멈췄다는 속보가 떴다. 냉각 시스템 장애가 생겼고 원자로들이 녹아내려 방사능 오염이 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 잔해 덩어리를 냉각하고자 지난 10여년간 투입했던 물이 100만t을 훨씬 넘어섰다. 급기야 2021년 한국 정부는 향후 30년간 고리 앞바다로의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 가장 값싼 처리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 등을 내세워 안전성을 자신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잔류하는 일부 핵종과 길어질 방류 기간 같은 염려들이 제기됐으나 1차로 7800t을 배출했다. 영남권에서 강력히 반대했다. 일본 국민의 저항도 거세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안전하다” “문명국가인 일본은 반대 명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방류 주체를 한국으로 바꾼 가상 상황들이다. 도쿄전력이 지난 5일부터 시작한 2차 방류를 맞아 역지사지를 해보려 함이다. 남에게 피해 주는 행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살인과 강도처럼 신체·재산의 고의적 위해는 애초 금지된다. 둘째, 뉴슨스(임밋시온)라 불리는 분진 소음 오염 악취 등의 방해는 배상 등의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다. 셋째는 수인한도 이내라서 늘 허용되는 방해들이다. 피해가 참을 수 있을 정도라면 주고받되 매번 구제하지 말고 상계시키자는 의도와 ‘공존(live and let live)’의 규범이 반영된 일종의 권리인 셈이다.

대통령실의 일축도 이 공존의 국제 규범에 따른 방류권의 표방이었다. 가상적 ‘한국 방류’ 상황에서 한·일 정치권은 어떻게 행동할지 그간의 주장을 일관되게 대입해 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자갈치시장을 연일 찾아 수질 안전성을 설득하리라. 시료 직접 채취와 전문가 상주라는 일본 요구는 주권국으로서 거절했다. 그러나 셔틀 외교를 가동해 우리의 방류권을 존중한다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공조를 얻어낸다. 여당은 IAEA 보고서를 들고 어민들을 만나 안전 캠페인을 이어갈 것이다. 반대로 한국 야당은 피폭 위험성 등의 과학적 입증에 노력하면서 동시에 영남권, 해외 환경단체, 일본 북서부 지방과 연대해 방류를 규탄한다. 이제까지 그들의 말과 행동이 진심이었다면 일어날 현상들을 몇 가지만 예시했다.

방류는 처리 직접비용을 비교한 후 내린 선택이었다. 전문가 위원회가 제시한 다섯 가지(해양 방류, 수증기 대기 방출, 전기분해 대기 방출, 지층 주입, 지하 매설) 중 최저(34억엔)였다. 그러나 ‘파급 비용’이 무척 중요하다. 일본은 어업인 지원 기금 500억엔을 준비 중이다. 풍평(風評) 피해를 구제하고자 대형 기금도 마련한다.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이라 치부하려 드나 풍평은 정보 불확실과 정부 불신에서 주로 오니 명백히 비용 항목이다. 따라서 방류의 총비용은 일본에서도 높다. 방류를 공존의 권리로 속단할 게 아니라 피해 구제의 필요성을 살피자. 파급 비용까지 감안한 총비용이 최소화되는 의사결정을 하라는 의미다.

한국만 보자. 정부 행정력은 이미 과부하를 겪었다. ‘우려하는 국민 비율 75%’(갤럽)로 함축되는 갖은 사회 비용들이 심란하다. 국내 소비와 K피시(K-FISH)의 약세 등 안갯속 경제 비용이 암울하다. 게다가 추가 안전장치들이 필수다. 삼중수소의 내부 피폭 위험성 같은 각종 연구, 실시간 방사능 감시·공개체제 확충, 비상사태용 방화벽들의 정비처럼 묵직한 계산서들이 줄짓는다.

우리 정부는 안전과 보상을 더 챙겼어야 했다. 수십년간 계속될 갈등이니 이제라도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자. 비용 보전은 물론이고 방류 중지 훨씬 이상의 양국 비상조치들을 담은 플랜 B에도 머리를 맞대자. 끝으로, 지금껏 한국 협조에 감사하며 합리적 요청에 부응하겠다는 일본 총리의 성명을 소망해 본다. 인접국에 지운 무거운 짐을 역지사지하는 상호주의적 배려가 절실한 때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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