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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축제의 계절 그리고 안전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2022년 10월 29일.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거리두기 제한 없는 핼러윈 축제가 재개됐다. 흥겨움으로 가득 찼던 서울 이태원 거리가 아비규환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10만명 넘는 인파가 좁은 골목으로 몰리면서 거리 한복판에서 158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다치는 초유의 대형 참극이 벌어졌다. 1995년 502명이 사망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처음 당하는 대규모 인명 피해였다. 여파로 줄줄이 예정됐던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의 행사가 취소됐다.

그 후 1년 가까이 지난 올가을. ‘축제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사계절 중 가장 많은 지역축제가 개최 중이다. 전체 축제(2145건)의 약 28%인 595건이 몰려 있다. 각종 수산물·축산물·농산물·꽃 축제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10월에는 전국에서 다양한 주제의 문화관광축제도 31개나 열린다. ‘축제 공화국’ ‘행사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듯하다.

축제가 많은 만큼 사고 위험도 높다. 지역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그 육성과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다. 지역민의 문화적 삶을 고양하면서 경제적 효과도 함께 거두려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에만 방점이 찍히다 보니 안전관리나 인파 대책에는 소홀함이 없지 않았다. 최근 4년간 지역축제에서 나온 안전사고 32건의 절반(16건)이 가을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축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축제를 주관하는 각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행안부는 지난달 27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가을철 인파 밀집 안전관리 대책 기간’을 운영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10일 국무회의에서 안전에 대한 철저한 확인과 점검을 주문했다. 정부 기관의 사무실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되고, 현장에서 즉각 적용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행정 당국이 만반의 대책을 세우겠지만 인파가 한꺼번에 몰릴 때 안전사고의 개연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참가자들이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주최 측의 안전대책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최근 무탈하게 마무리된 좋은 본보기가 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세계 불꽃축제다. 경찰 추산 100만명 인파가 몰렸다. 핼러윈 참사 이후 최대 규모다. 서울시와 경찰, 행사 주최 측인 한화는 예년보다 안전요원 배치를 대폭 늘렸다. 행사 관리를 위해 동원된 인력은 7600여명이었다. 핼러윈 참사 직전이었던 작년 6000여명보다 30%가량 늘어난 숫자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관람객 밀집도 측정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 현장에 배치된 봉사자와 안전요원들이 실시간으로 밀집도를 집계해 운영본부에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그럼에도 안전 불감증이 없지 않았다. 세계 불꽃축제를 보려는 관람객들이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는 강변북로에 차를 세우거나 도로에 내리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빚어졌다. 축제가 끝난 뒤 여의도 한강공원 곳곳에 무단 투기돼 쌓인 쓰레기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쓰레기양은 작년 50t보다 늘어난 70t으로 집계됐다. 다음 달 4일에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불꽃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에도 100만명 이상 운집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축제는 잘하면 약(藥), 잘못하면 독(毒)이 될 수 있다. 지역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모두가 안전한 축제가 돼야 바람직하다. 질서 정연한 시민의식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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