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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중 외교 복원 속도 높여 ‘북·중·러 밀착’ 제어해야

푸틴의 ‘고립국가 연대’ 구축 가시화
韓-習 면담 긍정적 신호 잘 살려서
안보위협 관리할 관계 개선 모색을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 주석과 한 총리의 면담은 약 26분간 진행됐다. 신화연합뉴스

항저우아시안게임 참관을 위해 방중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면담을 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세 번째 최고위급 만남이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지난 7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리창 총리의 회담이 성사된 데 이어 한 총리와 시 주석의 면담이 이뤄지면서 오랫동안 끊기다시피 했던 양국 정상급 교류가 활기를 띠어가고 있다. 첨예한 미·중 갈등 와중에 한·미·일이 밀착하는 상황, 군사적 목적을 위한 북·러의 위험한 관계가 급속히 진전되는 상황에서 한·중 관계는 어느 때보다 민감하고 중요하다.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극단적 대결 구도가 고착하는 것을 제어하고 긴장을 줄이는 완충 장치가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통해 마련될 수 있다. 연이은 소통으로 조성된 대화 모멘텀을 잘 살려가야 한다.

러시아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비롯한 사절단이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유엔총회를 위해 각국 대표단이 모인 자리에서 보란 듯이 북·러 정상회담 후속조치임을 과시했다. 속도전 하듯 북한과 밀착하는 푸틴은 중국까지 끌어들이려 한다. 내달 베이징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 시 주석과 7개월 만에 다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이런 행보에 담긴 의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켜 국제 무대에서 고립된 처지를 ‘북·중·러 벨트’로 타개하려는 것일 테다. 일각에서 전망하듯 세 나라가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상황까지 펼쳐진다면 동북아 안보지형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중국의 선택에 따라 북·러 무기 거래와는 차원이 다른 안보 위협이 조성될 수 있다. 이런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한·중 외교를 서둘러 궤도에 올려놔야 할 것이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10년 가까이 성사되지 않았고, 한국 대통령의 방중도 2019년이 마지막이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한령, 북핵, 반도체, 대만 문제 등 양국 교류에 걸림돌이 되는 이슈가 이어져 왔다. 한 총리와 시 주석의 면담에선 이런 장애를 넘어서려는 긍정적 신호와 여전히 존재하는 부정적 기류가 함께 포착됐다. 시 주석은 민감한 문제를 꺼내지 않은 채 한 총리가 요청하기도 전에 “방한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혀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반면 면담 후 중국 측 발표문에는 방한 언급이 빠진 채 한·미 관계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이 담겼다. 향후 몇 달간이 양국 관계의 미묘한 분수령일 수 있다. 4년 가까이 멈춰선 한·중·일 정상회의의 재개를 비롯해 외교 복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도 한국과의 관계가 국제적 고립을 탈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돌파구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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