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손 모양의 전경… 주변 아파트 숲과 은혜로운 조화

[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5> 꽃재교회

꽃재교회 전경. 오른쪽 아래에 넓은 계단이 있어 지하로 연결된다. 규빗건축사사무소 제공
위 두 이미지를 참고하면 교회를 품은 예수, 기도하는 손의 콘셉트를 이해하기 쉽다. 규빗건축사사무소 제공

서울 지하철 상왕십리역 1-1번 출구에서 나와 200여m를 걷다 왼편으로 돌아서면 특이한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둥근 형태의 7층 건물이 금속 소재의 대형 패널로 감싸져 있다. 왕십리뉴타운 중앙에 위치해 주변은 모두 아파트다. 그래서 더욱 눈에 띄는 꽃재교회(김성복 목사)다.

규빗건축사사무소 대표 윤승지(왼쪽) 건축사와 김성복 목사가 지난 17일 교회의 역사 자료 앞에서 건축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규빗건축사사무소 제공

금속 패널은 예수의 팔이라고 했다. 예수의 팔로 교회를 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패널엔 수많은 구멍이 뚫려 있다. 예수가 입은 성의(聖衣)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눈으로 알아보긴 어렵지만 금속 패널은 양쪽 길이가 다르다. 누군가를 안을 때 양팔이 항상 대칭일 수 없기 때문에 길이를 달리해 자연스러움을 살렸다고 했다. 꽃재교회를 설계한 윤승지(규빗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와 지난 17일 교회를 찾았다.

교회를 안은, 세상을 품은 예수

또 다른 콘셉트는 기도하는 손이다. 위로 솟아 모아진 패널이 마주 잡은 두 손을 의미한다. 윤 건축사는 성도가 하나님께 기도하고 예수는 교회를 품는, 교회의 본질을 반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자리를 함께한 김성복 목사는 이 의미를 확장했다. “예수님이 교회를 안고 있다기보다는 세상을 안고 있다”면서 “어떻게 보면 방주의 모습도 발견된다”고 했다.

교회는 왕십리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신축, 2014년 입당했다. 대지면적 3474㎡, 지하 4층 지상 7층의 대예배당 1630석 규모다. 당시 현상 설계 공모에서 규빗이 선정됐다.

교회의 요구는 단순했다. 청소년과 20~30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미래 지향적이고 진취적인 랜드마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래서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살리고자 유리를 외벽 재료로 사용했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때문에 공간이 항상 밝고 따뜻하게 만들었다. 실내외의 시각적 벽을 허물어 개방감을 살렸다. 이전엔 유리 벽으로 하면 냉난방 효율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요즘은 자재가 좋아져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지하 1층을 도로에서 계단을 통해 접근하도록 했다. 지하 1층이지만 지하 같지 않게 설계해 활용도를 높였고 1층과 지하 1층 모두 접근성이 좋아졌다. 지하 1층은 건물 반대편의 성큰(sunken·지하에 자연광과 환기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공간)과 복도로 연결돼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열린 교회를 지향하는 윤 건축사의 건축 철학이 그대로 반영됐다. 윤 건축사는 “밀집된 아파트 숲속에서 교회가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길 원했고 뉴타운에 생동감과 생경감을 부여하고 지역의 랜드마크, 또 지역 커뮤니티 센터로서 활력을 주는 교회가 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옥상 광장이다. 인조잔디를 깔아 아이들의 놀이터, 교회의 야외 행사장, 야외 결혼식장 등으로 활용된다. 규빗건축사사무소 제공

윤 건축사가 교회를 설계할 때 중시하는 부분은 교회 고유의 정체성이다. 그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그 교회의 고유한 색을 찾고 구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꽃재교회는 교회의 요구와 건축사의 의도가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를 만들었다. 김 목사의 설명이다. “우리 교회는 접근하기가 아주 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처음에는 유리 외벽이 너무 튀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새 아파트들과 조화를 이룬다, 지역 주민들에게 열려 있다는 이미지를 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하에 마련된 체육관. 농구 교실, 탁구 교실 등이 진행된다. 규빗건축사사무소 제공

세부적인 공간도 최적화했다. 지하엔 체육관을 만들었다. 교회는 지역 주민과 접촉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도 많이 갖추고 있다. 특히 평생교육원을 운영한다. 수강생이 500여명 되는데 교회 성도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도 상당수다.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오케스트라도 운영한다.

젊지만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교회

지금 교회는 젊고 미래지향적이지만 118년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꽃재교회는 1905년 일곱 가정의 자생적인 신앙공동체로 시작해 선교와 교육에 주력하며 기초를 다졌다. 특히 민족교회 역할도 했다. 2대, 4대, 10대를 지낸 이필주 목사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었다. 14대 이규갑 목사도 독립운동가였다. 이에 교회는 성전을 건축하고 교회 앞에 독립운동가 이필주, 이규갑 목사의 기념비를 제막했다.

교회는 2010년 현 담임 김성복 목사가 부임하면서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교회 이름도 왕십리감리교회에서 ‘꽃재교회’로 개명하고, 공모를 통해 꽃재교회 CI(통합이미지)를 확정했다. 또 새로운 목회에 맞는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시행한다. 그중 하나가 ‘사순절 40일 새벽기도회’다. 기도회에는 온 세대가 함께 참여한다. 자녀들에게 새벽기도회라는 한국교회의 신앙 유산을 물려주고 부모세대는 신앙의 성장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또 하나는 ‘안드레 축제’다. 두 달 동안 진행하는 전도 행사다. 발대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도에 집중한다. 전도 대상자를 카드에 작성해 교회 2층 공간에 걸어놓고 기도한다. 두 달 동안 성도로 등록시키든, 아니면 적어도 한번은 교회에 방문하도록 하자는 게 목표다.

이와 함께 김 목사가 부임하면서 시작한 금요찬양집회 ‘예수인 기도회’는 성도들의 자랑이다.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가 참여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각종 순서를 만든다. 40여명이 단상에 올라와 함께 찬양하기도 한다. 김 목사가 직접 기타를 치면서 2시간 동안 인도하는 것도 특징이다. 감신대를 졸업한 김 목사는 학창시절 학교 밴드로 활동했다.

김 목사는 “찬양 집회 때 성도들이 너무 기뻐하고 감사하고 행복해한다. 교인들의 행복이 목사에겐 제일 큰 기쁨이다. 교인들이 좋아하고 나도 즐겁고 하나님도 기뻐하시니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김 목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그는 “교회 일이라고 시시하게 하지 말자. 최고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특별한 목회 철학 같은 건 없고 다만 ‘뭘 하더라도 완벽하게 하자’ 주의입니다. 보통 교회에서 하는 것은 다 시시하게 봅니다. 대충 은혜로 하자고 합니다. 이게 싫습니다. 사실 교회에는 모든 게 다 있습니다. 인재도 많고, 보물 창고예요.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시시하게 예수 믿지 말고, 예수 믿는 게 참 큰일이고 대단한 일인데 그런 벅찬 감격이 좀 교회 안에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됐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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