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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입시 공정성 허무는 사교육 카르텔 뿌리 뽑아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공식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현직 교사 24명이 입시학원에 킬러 문항 등 수능 대비용 문제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수능·모평 출제위원을 맡은 뒤 이를 경력 삼아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팔았고, 학원에 문제를 판매한 사실을 숨긴 채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수가 입시학원에서 억대 사례비를 받았으며, 문제를 팔아 5억원 가까이 챙긴 사람, 학원과 거래하면서 수능·모평 출제에 대여섯 차례나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출제 전후 양심을 걸고 작성하는 서약을 어겼을 뿐 아니라 모두 현행법을 위반했다. 공교육 최일선에서 사교육 병폐를 오히려 조장했다.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들에게서 문제를 사들인 사교육 업체는 21곳이나 된다. 경쟁적으로 접근했다는 뜻이고, 수능을 둘러싼 이권 카르텔이 실제로 폭넓게, 뿌리 깊게 존재함을 시사한다. 당국이 지난 몇 달간 사교육 카르텔을 파헤쳐온 과정은 고구마 뿌리를 캐는 것 같았다. 먼저 국세청이 세무조사에서 입시학원과 5000만원 이상 거래한 교사 130명을 찾아냈고, 이에 교육부가 현직 교사 영리행위 자진신고를 받았더니 322명이 사교육 업체에서 돈 받은 사실을 털어놨으며, 그 내역을 분석한 결과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했던 24명이 확인됐다. 교육부 실무자가 “충격적”이라고 했다는데, 아직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사교육 시장이 큰 8개 시·도의 국·공·사립 교원을 대상으로 감사원이 실지 감사에 착수키로 했다. 자진신고에서 수많은 사교육 유착행위가 누락됐으리란 판단에서다.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수능 출제 교사에게 거액을 주고 문제를 사서 비싼 수강료를 내는 학생들에게 제공해온 입시학원은 교육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경제력이 있어야 더 유리한 기회를 얻도록 불공정을 극단화해 영리를 추구하는 비열한 행태다. 입시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수험생에게서 공평한 기회를 박탈하는 구조적 문제가 됐다. 공교육 정상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공정의 구현을 위해 사교육 업체의 일탈적 행위를 철저히 규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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