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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분 없이 시민들의 발만 묶은 파업… 철도개혁 서둘러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시작한 지난 14일 전동차들이 서울 구로차량사업소에 줄지어 정차해 있다. 윤웅 기자

철도노조가 나흘 동안 파업을 벌이면서 열차 운행률이 70%로 뚝 떨어졌다. 열차표를 구하지 못했거나 예매 취소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다른 대체 교통수단을 찾느라 발을 동동 굴렀다. KTX는 물론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전철도 파행 운행되면서 출퇴근길 시민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화물열차 운행률은 절반도 되지 않아 물류 타격은 더 컸다. 정부는 대체 인력 5000명을 투입했지만 시민들의 불편과 업계의 고통을 막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4년 만에 단행한 파업의 명분으로 KTX와 SRT의 통합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2016년 SRT가 출범한 이후 경쟁 체제를 유지해온 철도 운영은 정부 정책의 영역이지, 철도노조가 개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철도처럼 공공성이 강한 사업을 독점 체제로 운영할지, 경쟁 체제로 운영할지는 승객과 이용자들의 편익을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정부가 결정할 일이다.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는 정부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코레일이 운영한다.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는 주주가 코레일과 사학연금 등 공기업들이지만 운영 주체는 엄연히 민간기업이다. 정부는 KTX와 SRT의 경쟁이 요금 인하와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지면서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편익이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통합 운영 주장이 경쟁을 거부하고 독점 체제에 안주하면서 통합 노조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비친다면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구할 수 없다.

명분 없는 주장과 느닷없는 파업은 정치 파업이라는 인상마저 풍긴다. 철도노조는 17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노조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2차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뒤 민주노총이 주최한 ‘윤석열 정권 퇴진 3차 범국민대회’에 합류했다.

이번 파업은 오히려 코레일과 철도 개혁의 시급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코레일은 열차 사고가 끊이지 않아 이용객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누적 적자가 20조원에 달하는 데도 매년 수천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2019년에는 736억원의 성과급이 과다 지급되기도 했다. 코레일의 방만 경영은 최근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인 ‘아주 미흡(E)’ 등급을 받을 정도다. 정부는 철도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노조는 명분 없는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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