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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계부채 급증이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한은의 경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이한영 기자

한국은행이 어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의 적정성을 보여주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이 올해 26배라고 밝혔다. 직장인이 연봉을 한푼도 쓰지 않고 26년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29.4배보다는 다소 낮아도 2020년(17.4배), 2021년(23.6배)의 수치를 웃돌며 주택가격이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 수준이다 보니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가 사실상 연동된다는 점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를 꾸준히 줄인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43개국 중 10위권에서 지난해는 104.5%로 2위까지 올랐다. 가계부채 문제를 부동산과 떼서 해결할 수 없는 구조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일정 수준(80~100%)을 넘을 경우 소비 위축을 초래해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질서 있는 디레버리징(부채 상환 및 축소)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부동산 정책의 일관된 수립과 시행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그동안 정권별, 시기별로 부동산 정책은 냉온탕을 반복했고 이는 정책 일관성 훼손과 시장의 불신을 불렀다. 전 정부에서 과세 위주의 규제를 해도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자 현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걸며 규제 철폐에 나섰다. 방향성이 잘못됐다 볼 순 없어도 경기 부양 차원에서 규제 완화에 올인하다시피 한 게 문제다.

기준금리는 2021년 중반 0.5%에서 올 초 3.5%까지 올랐는데도 2030세대가 규제 완화에 기대 올해 다시 영끌에 나서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의 40% 가까이를 점유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금융 당국이 지난 13일 일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조기 종료하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조건을 제한했다. 1년 남짓만에 부랴부랴 완화책을 거둔 건 시장 상황을 오판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영끌을 하지 않고도 조급해하지 않게끔 주택 공급을 충분히 하고 투기는 막는 핀셋 규제를 펼쳐야 부동산과 부채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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