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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부모의 담임 교체 요구를 교권 침해로 규정한 대법 판결

서이초 교사 49재인 4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광주 추모의 날 행사가 열려 참가 교사들이 교권 보호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수업 중 장난을 친 초등학생 자녀에게 교실 청소를 시켰다는 이유로 담임 교사의 교체를 반복적으로 요구한 것은 교육 활동 침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녀 교육에 대한 보호자의 의견은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고, 교사의 교육 활동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담임 교체 요구를 교육 활동 침해로 규정하고 이를 중단하라는 교권보호위원회의 통지를 취소해 달라는 학부모의 주장을 받아들인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지법으로 14일 돌려보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와 과도한 담임 교체 요구에 시달린 일부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교권이 추락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시의적절한 판례를 제시했다. 학부모들 사이에 교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

수업 시간에 생수 페트병을 가지고 놀면서 소리를 내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교사가 주의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행동을 멈추지 않는 학생에게서 페트병을 뺏은 것도, 이 학생에게 방과 후 14분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쓸게 한 것도 교사로서 지나친 교육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학부모는 아동학대라며 반발하면서 담임 교체를 요구했고, 자녀를 3일간 등교시키지 않았다. 충격을 받은 교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상실증세로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 담임 교체 요구를 그치지 않은 학부모는 교육감에게까지 민원을 제기한 뒤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제서야 학교는 교권보호위를 열어 교육 활동 침해를 중단하라는 통지서를 학부모에게 발송했다.

이 같은 교권보호위 조치가 정당하다고 선고한 대법원 판례는 법률과 상식에 부합한다. 그러나 당연한 판례가 뉴스가 될 만큼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 최근 지방의회와 교육청들이 뒤늦게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만시지탄이다. 경기도의회는 교육 활동 침해를 교육감이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하는 조례를 지난 12일 의결했고, 경남도의회는 정당한 교육 활동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교사들의 소송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교권 침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교사들의 안타까운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진작 이뤄졌어야 할 일들이다. 지금이라도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한층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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