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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폐지 위해 존재하는 여가부… 정쟁이 빚어낸 기형적 풍경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는 말로 여가부 폐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부연 설명에도 어떤 폐지가 드라마틱한 폐지인지 선뜻 와 닿지 않는 걸 보면, 발언의 방점은 드라마틱보다 엑시트에 있는 듯하다. 장관 후보자로서 첫 출근길에 자신이 맡을 부처의 폐지를 공언하는 어색한 상황이 다시 펼쳐졌다. 김현숙 현 장관도 그랬다.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정부의 첫 여가부 장관에 지명됐을 때 인사청문회에서 “폐지하려고 장관 맡는 거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출범한 지 15개월이 지나 장관이 바뀌도록 폐지한다던 여가부는 여전히 존재하며, 새 장관 지명자가 15개월 전과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상적인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정부 부처가 1년 넘게 폐지를 전제로 운영되는 기형적 상황은 현 정치판의 지독한 정쟁에 원인이 있다. 여가부를 폐지하려면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두는 등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압도적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여가부 부분만 쏙 빠진 채 통과됐다. 민주당은 “여가부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정반대 주장을 펴면서 지금까지 이를 가로막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이렇게 일해보겠다”고 구상을 담는 밑그림이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의 출발점이기에 야당도 협조하곤 했던 관행이 사라진 것은 최소한의 허니문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와 대화 없는 대결로 치달은 여야의 후진적 정치에서 비롯됐다.

정쟁에 가로막힌 숱한 경제·민생 법안이 국민의 삶에 커다란 손해로 귀결되듯, 정쟁이 빚어낸 기형적 부처는 지난여름 잼버리 사태에서 제 역할을 못했던 것처럼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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