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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방부 장관 자리가 정쟁용 도구로 활용되는 현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 장관을 탄핵하겠다는 입장문을 내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장관 직무가 정지된다. 대통령은 탄핵 소추된 장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장관 공백 상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주도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기까지 이 장관 직무가 167일간 정지됐다. 이종섭 장관 사의 표명은 탄핵으로 인한 국방부 장관 공백 상태를 피하려는 일종의 ‘선제적 사표’인 셈이다.

최근 여권 안팎에서 이 장관은 개각 대상자로 거론됐다. 민주당은 교체가 검토되는 이 장관을 굳이 탄핵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여권은 선제적 사표라는 묘수를 꺼냈다. 국방부 장관 자리를 놓고 여야가 서로 장군멍군을 부르는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국방부 장관 자리가 정쟁이라는 장기판의 졸로 변했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의 장관 탄핵은 정략적인 성격이 강하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요건도 엄격하고 전례도 드물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장동 2차 소환조사를 이틀 앞두고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을 강행처리했다. 이 대표는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2차 검찰 조사 하루 전 갑자기 이종섭 장관 탄핵을 주장했다.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리자 장관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여권의 묘수도 정상적이지 않다. 이 장관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 조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육사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로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일으켰다. 장관을 교체할 생각이었다면 서둘러 개각을 하면 된다. 굳이 선제적 사의를 야권의 공격을 무력화할 대단한 아이디어인 것처럼 말하는 여권 관계자들의 행태도 민망하다. 장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고, 북·러의 무기거래가 전 세계적인 안보 이슈로 떠올랐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장관 자리를 게임 도구처럼 활용하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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