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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중 대결 격화 속 베트남과 인도의 선택 주목해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국가인 베트남과 인도가 잇따라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비동맹을 표방해온 두 나라가 미국 편에 선 것은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 있는 한국 외교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응우옌 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9일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고, 남중국해의 항행 자유 등을 강조했다. 중국을 압박하는 성격이 뚜렷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반도체 파트너십과 희토류 공급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베트남이 그동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중국, 러시아, 인도, 한국 4개국밖에 없었다. 한국과는 지난해 12월 이 관계를 맺었다.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는 드라마틱하다. 두 나라는 1965년부터 10년간 전쟁을 치렀다. 1975년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철수하면서 국교를 단절했으나 1995년 국교를 정상화했고 2013년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켰다. 그사이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미국은 관계가 격상된 베트남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약속했다. 지원에는 군사 장비 기부도 포함됐다. 베트남은 보잉 항공기 50대 구매 등으로 미국에 화답했다. 국익을 중시하는 현실 외교에서 과거를 뛰어넘는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의 사례를 만든 것이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재국인 인도의 행보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인도는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인도 중동 유럽 경제회랑(IMEC)’ 양해각서 체결에 참여했다. IMEC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는 프로젝트다. 인도의 지정학적 위상과 성장 속도, 잠재력을 감안하면 인도의 IMEC 참여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지난해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섰으며, 인구는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기차와 수소 등 에너지, 우주개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한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중국에 이은 주요 3개국(G3)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도를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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