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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앱 접근성 지침’ 시행에도… 기차·고속버스 예매 사실상 불가능

로그인부터 결제까지 매 단계가 벽
코레일·대한항공 등 음성 안내 부실


전맹(全盲) 시각장애인 김훈(50)씨는 최근 출장을 가기 위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표를 예매하려고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앱 접근성 향상 지침이 도입된 직후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로그인부터 좌석 선택, 카드 결제까지 모든 과정에 벽이 있었다.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활성화했지만 로그인 단계부터 버튼을 안내하는 음성이 나오지 않아 화면 여러 곳을 눌러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다.

김씨가 가까스로 로그인한 뒤 예매 시간과 열차를 선택했지만 빈 좌석을 찾기 위해서는 모든 좌석을 하나하나 눌러 음성을 들어야 했다. 그는 4일 “좌석 선택 후 결제창에서는 카드번호, 유효기간, 비밀번호 등 각각의 항목을 다 채우지도 않았는데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 결국 결제에 실패했다”며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앱을 통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앱 접근성이 잘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 따라 장애인의 모바일 앱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모바일 앱 콘텐츠 접근성 지침 2.0’이 지난 7월 28일부터 시행됐다. 다수 앱에서 음성정보 전달 기능이 도입됐지만, 부실하거나 형식적 안내에 그쳐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이 여전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디지털접근성진흥원이 모바일 앱 적용 1단계 대상인 공공·교육·의료기관, 이동·교통시설 중 ‘이동·교통시설’ 앱에 대해 최근 점검한 결과 코레일톡, 수서고속철도(SRT),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고속버스 티머니 앱 등이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흥원 관계자는 “앱별로 회원가입 및 로그인, 승차권 조회, 좌석 선택, 결제 및 발권, 공지사항(이벤트) 확인 등 5가지 항목을 점검했다”며 “이 중 5가지 항목을 모두 준수하는 앱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앱의 경우 달력에서 두 날짜를 선택해 순서대로 출발일, 도착일을 설정할 수 있는데 안내가 부족해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나항공 앱은 화면낭독 프로그램에서 실제 좌석 정보와 다르게 정보를 제공해 원하는 좌석을 선택하기 어려웠다. 고속버스 티머니 앱은 결제할 때 카드번호 입력 시 보안패드가 적용되는데 낭독 프로그램에 버튼명이 인식되지 않아 숫자를 입력하기 매우 어려웠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월 지침 시행 이후 앱들의 준수 여부를 따로 모니터링하지는 않았다”며 “내년 하반기에 장애인 차별 이행 실태조사를 통해 표본 앱들 몇 가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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