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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명의 가치보다 우선할 상황은 없습니다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열린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식에 참석한 고인의 동료들이 헌화하고 있다. 윤웅 기자

경기도 용인의 고등학교 60대 교사가 지난 3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정년을 불과 1년여 남겨둔 베테랑 교사였다. 천직으로 여겼을 교단을 이렇게 떠난 이유는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 들어 있지 않았다. 주변의 진술로 추정할 뿐인 죽음의 배경은 그 전날 교사 20만명이 여의도에 모인 이유와 맥이 닿아 있었다. 수업 중 학생이 다쳐 고소를 당했고 감사와 징계의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 단정할 순 없지만, 어떻게든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당국은 극단적 선택에 이른 과정에 교육 현장의 불합리함이 있었는지, 만약 그랬다면 그 무게는 어땠는지 세밀히 가늠해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왜곡된 교육을 바로잡는 과정에 있다. 죽음의 진상을 규명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는 상황이 비통하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다.

이 안타까운 죽음을 개인의 선택으로 넘길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하나의 ‘현상’이 돼가고 있다는 엄중한 현실 때문이다. 서이초 젊은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벌써 세 교사가 같은 선택을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초등 교사, 지난 1일엔 전북 군산의 초등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두 달 만에 네 명, 최근 나흘 새 세 명이나 이렇게 교사를 잃은 상황은 결코 정상일 수 없기에, 그 죽음의 방식에 내재된 속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을 질병이라 하는 건 재발하고 전염되기 때문이다. ‘베르테르 효과’라 일컫는 전염성은 그렇게 세상을 등진 이들의 심리부검을 통해 실증됐다. 자살 사망자 40%는 주변에 같은 방식으로 숨진 이들이 있었고, 남겨진 유족의 60%는 같은 죽음을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동료의식을 공유하는 특정 직업군에선 이런 전염성이 증폭될 위험이 크며,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교직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들의 94%는 사전에 어떤 형태로든 신호를 보냈다. 자신을 말려 달라는, 고통을 이겨내게 도와 달라는 구조 요청이었다. 교사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보냈을 그 신호를 우리 사회는 알아채지 못했다. 학교 현장에 숱하게 누적돼온 자살이란 질병의 원인을 오롯이 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떠맡긴 채 방치했고, 그것은 생명 윤리의 위기라는 부메랑이 되어 닥쳐왔다. 생명의 존엄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훼손되지 말아야 할 가치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릴 만큼 극단적인 현실을 감내하면서 선생님들이 지켜온 교단을 이제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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