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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보 위기라는데 국방부는 이해 못할 흉상 논쟁 중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돼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야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사·반민족적 폭거”라고 비판했고,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 회장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자리에서 퇴진하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직격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과도한 낙인찍기’라는 비판과 ‘철거가 아닌 이전’이라는 옹호론이 엇갈린다. 논란은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 이전,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이름 변경으로 번졌다. 국방부는 28일 청사 앞에 있는 홍 장군 흉상 이전도 검토하고 있으며, ‘홍범도함’ 명칭도 필요하면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홍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공산당 가입 전력이 있는 홍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인데, 편협하고 퇴행적인 역사 인식일 뿐이다. 홍 장군은 1920년 일제에 맞선 ‘봉오동전투’ 압승의 주역이고,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대첩’을 이끌었다. 일제의 탄압을 피해 소련으로 근거지를 옮겼다가 무장해제를 당했고 1937년 카자흐스탄 지역으로 강제 이주당한 뒤 1943년 별세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사상은 복잡했다. 아나키스트,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 파시스트 등 다양한 흐름이 존재했다. 하나의 이념으로 독립운동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박정희정부가 1962년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고, 박근혜정부가 2016년 1800t급 최신 잠수함을 홍범도함으로 명명했다. 독립운동에 좌우 이념은 큰 의미가 없다고 수십 년 전에 이미 결론이 내려진 상태다.

국방부가 100년 전 공산당 가입을 들먹이며 논란을 자초하는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명분 없는 흉상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백해무익한 이념 논쟁을 일으킨 점도 사과했으면 한다. 흉상 이전보다 훨씬 중요하고 긴박한 안보 현안이 많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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