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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긴축 고집하면서 총선용 선심 사업엔 예산 뿌리는 당정

23일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23일 열린 2024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통해 인천발 KTX 건설, 경기도 GTX-A 노선 조기 개통 등 내년 예산이 반영된 사업들을 공개했다. 0세 대상 부모 급여 지원금 인상(70만→100만원),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주간 일대일 케어 도입 등 약자 보호에 부합하는 내용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내년도 예산안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도 국민 안전과 미래 준비를 충실히 할 수 있게 편성했다”(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취지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다분히 내년 총선용으로 의심되는 선심 사업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인천, 경기도 사업 외에 부산(가덕도 신공항 건설), 대구(도시철도 엑스포선), 광주(아시아 물역사테마체험관 조성), 충남(서산공항),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전남(AI 첨단 농산업 융복합지구 조성) 경북(메타버스 허브) 등 웬만한 큰 도시 및 지역에 골고루 예산을 배정했다. 적자투성이의 지역 공항들이 많은 상황에서 또 다른 공항 건설이 타당한지, 각종 사업의 비용 대비 효과는 얼마나 큰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새만금 공항 건설 등 지역 민원성 사업에 대한 비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아닌가.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 대비 3%대 늘리기로 했다. 확정된다면 7년 만에 가장 증가율이 낮은 긴축 예산이다. 실질적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상반기에만 83조원 적자에 이르는 등 재정에 비상등이 켜졌기에 이해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는 긴축을 이유로 지난 22일 과학기술에 필요한 내년 연구개발(R&D) 예산도 33년 만에 삭감키로 했다. 그런데 하루 뒤에 효과나 타당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많은 비용이 지출될 대형 토목 사업들에 예산을 나눠 줬다. 이를 보고 한정된 예산에 대한 정부·여당의 선택과 집중이 잘 됐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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