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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병대 사단장 범죄 혐의 제외한 군, 경찰이 제대로 밝혀라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이 지난달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고 채수근 상병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가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를 재검토한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대대장 2명에 대해서는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하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4명은 혐의 적시 없이 조사 결과만 넘기기로 했다. 상사 등 하급 간부 2명은 혐의자에서 제외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 2일 임 사단장 등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 결과를 경찰에 넘겼지만 국방부가 이를 회수했다. 국방부 재검토 결과는 조사 대상자가 8명에서 6명으로 줄었고, 혐의 적시자도 2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재검토 결과가 적절했는지는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다만 젊은 병사의 어이없는 죽음을 다루는 군의 처리 방식은 국민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했다. 해병대 수사단장이 장관 결재를 받아 경찰에 이첩한 자료를 갑자기 회수하고, 수사단장이 항명죄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수사단장은 외압 의혹을 제기했고,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외압은 없었다’며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고, 항명 사건을 심의할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구성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외압 의혹과 진실게임, 여야 공방과 책임 회피로 변질됐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무리한 측면이 있더라도 경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갑자기 자료를 회수하고 수사단장에게 항명죄를 적용해 논란을 키웠다. 게다가 재검토 결과에서 사단장과 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가 제외됐다. 은폐·축소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논란을 가라앉히려면 경찰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채 상병 사건 관련자들의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수밖에 없다. 군검찰수사심의위를 신속히 구성해 항명을 둘러싼 진상도 밝혀야 할 것이다. 정상적으로 처리할 사건을 의혹이 가득한 사건으로 만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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