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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조문 답례

남도영 논설위원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10월 말 모친상을 당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조문과 조화는 사양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근조기도 거절했고, 김경수 경남지사와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조문을 못 하고 발길을 돌렸다. 다만 여야 대표들의 조문은 거절하지 않았다. 3일장이 끝난 뒤 열흘쯤 지나 문 전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저녁을 대접했다. 조문에 대한 답례 성격이었다. 관저에 여야 대표들을 초청한 것은 처음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자유한국당 황교안, 정의당 심상정,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참석했다. 21대 총선을 5개월 앞둔 상황이어서 선거법 개정 등 현안들이 대화 주제로 등장했다. 합의문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문 전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다섯 번째 회동이었고,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지난 시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했다. 윤 대통령은 조화와 조문을 사양하고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정당 대표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빈소를 찾았다. 이 대표가 짧게 위로의 말을 건넸고, 윤 대통령은 “바쁜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6일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3일장을 치르고 곧바로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21일 귀국하는 윤 대통령이 조문 답례로 여야 대표들을 용산 관저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면 어떨까. 과거 대통령들은 미국 순방을 다녀온 뒤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문 답례와 한·미·일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겸하면 대화 주제는 풍성할 듯하다. 조문과 답례라는 형식을 빌려서라도 대화가 단절된 정치에 작은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취임 1년3개월이 된 윤 대통령은 아직 야당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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