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인공나무

태원준 논설위원


영화 ‘설국열차’는 눈과 얼음에 뒤덮인 지구를 무대로 삼았다. 봉준호 감독은 그 원인을 ‘CW-7’이란 냉각제로 설정했다. 지구온난화를 되돌리려 대기에 냉각가스를 뿌렸더니 평균 기온이 조금 내려갈 거란 예상과 달리 빙하기가 찾아왔고, 열차는 인류의 유일한 생존 공간이 된다. 이렇게 지구의 기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지구공학(Geo-Engineering)’은 오랫동안 공상의 영역에 머물렀고, 영화도 실패한 기술로 묘사하곤 했는데, 최근 부쩍 현실과 가까워졌다.

지구공학계는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해 왔다. 성층권에 탄산칼슘 안개를 뿌려 햇빛 투과량 줄이기, 구름에 소금물을 뿌려 햇빛 반사량 늘리기, 바다에 황산철을 뿌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해조류 대거 번식시키기 등등. 그중 ‘인공나무’ 아이디어에 미국 정부가 지갑을 열었다. 지난주 12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듯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제거하는 인공나무, 즉 초대형 탄소포집 장치를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 설치키로 했다.

애리조나주립대 클라우스 라크너 교수가 1999년 제시한 이 기술은 이온수지 흡착제가 무수히 달린 10m 높이 구조물을 야외에 세워두는 것이다. 침엽수 잎처럼 생긴 흡착제의 필터가 주변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만 걸러내 저장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냉각해 땅속 깊이 매장한다. 실제 나무보다 1000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니 인공나무를 1억개 세우면 인류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다 제거할 수 있다고 라크너는 주장해왔다.

미국 정부는 일종의 ‘인공나무 숲’ 조성에 투자한 것인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연간 200만t(자동차 50만대 배출량) 없애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실험적인 기술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은 급해졌다는 얘기다. 올여름 폭염사태의 충격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지 싶다. 기후변화 대응의 마지막 수단이라던 지구공학에 마침내 인류가 손을 내밀고 있다.

태원준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