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하와이의 산불

고승욱 논설위원


1901년 7월 3일 하와이제도 중 가장 큰 섬인 빅아일랜드의 하마쿠아에서 산불이 났다. 사탕수수 농장의 일꾼들이 잡초를 태운다며 불을 놓았는데, 이것이 대형 화재로 번졌다. 불은 우기를 앞둔 10월 초까지 3개월 넘게 계속돼 경기도 넓이와 비슷한 1만2000㎢를 태웠다. 하와이 왕국이 미국에 합병된 지 4년 만에 일어난 재앙적 재난이어서 미 연방산림청(USFS)의 전신인 임업국이 직접 조사에 나섰고, 하와이 주정부에 산림청을 두고 각종 소방대를 창설하는 계기가 됐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이 산불에 취약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해발 4205m 마우나케아산에 인접한 하마쿠아 계곡은 연 강수량이 2000㎜에 달한다. 하와이는 습기가 많은 바람이 높은 산을 만나는 지형이어서 비가 많이 내린다. 그런데도 하와이에는 지난 10년 동안 매년 100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했다. 해마다 70㎢의 숲과 목초지가 잿더미로 변하고 있다. 화재가 빈번히 일어나는 캘리포니아 같은 미국 서부의 주에 맞먹는 수치다.

19세기까지는 산불이 심각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하와이산불관리기구(HWMO)에 따르면 하와이의 산불 피해 면적은 100년 전보다 4배 넘게 늘었다.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활화산이 있는 하와이에 자생하는 식물은 불에 강하다. 그런데 이 토종식물이 외래종으로 대체됐다. 사람들은 거대한 사탕수수 농장을 만들고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가져온 풀을 심어 가축에게 먹였다. 이런 곳이 하와이 전체의 4분의 1이다.

최근에는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마저 거뜬히 넘긴 땅값이 그것이다. 전 세계 자본이 하와이에 부동산 투자를 해 많은 농장이 휴경지가 됐다. 그곳에 외래종 풀이 마구잡이로 자란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가세했다. 비는 적게 오고, 허리케인은 훨씬 커져 멀리서 불길에 부채질을 한다. 매년 여름 하와이는 산불에 시달린다. 2018, 2019년의 대화재에 이어 올해는 마우이섬 전체가 초토화됐다. 천국이라 불리는 섬이 불바다가 되고 있다.

고승욱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