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

전석운 논설위원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 물질을 개발했다는 주장에 전 세계 과학계가 술렁거렸고 국내외 증시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해프닝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관련 산업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올 획기적 발명이다. 전기 저항을 제로(O)로 만드는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카멜린 온네스가 처음 발견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최소 섭씨 영하 200도 이하의 초저온과, 일상적인 대기압의 수십만~수백만 배 초고압이라는 특별한 조건에서만 구현이 가능하다. 그런데 퀀텀에너지연구소라는 국내 업체가 일상적인 온도와 압력에서도 초전도현상을 보이는 ‘LK99’라는 물질을 개발했다며 관련 논문을 공개한 것이다. 이 연구가 맞다면 전력 배송의 효율이 크게 개선되고 핵융합발전과 자기부상열차 개발이 빨라진다. 초고속 슈퍼컴퓨터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의료기기 제조 비용도 크게 낮아진다. ‘꿈의 물질’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지난달 22일 무료 논문 사이트 ‘아카이브(arXiv)’를 통해 공개됐을 뿐 아직까지 공신력 있는 과학저널에 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수의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검증에 나서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이론적으로 초전도체 구현 가능성이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중국 화중과기대는 초전도체의 특성인 ‘공중부양’ 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인도 국립물리연구소를 비롯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연구기관들이 더 많았지만 상온 초전도체 개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기대 때문에 미 뉴욕증시에선 관련 주식들이 급등했다. 국내 증시도 금융감독원이 단기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폭등세였다. 하지만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가 8일(현지시간)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단호한 평가를 내놓으면서 관련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LK99가 미완의 신물질에 그칠지, 인류 문명을 바꿔놓을 획기적 발명이 될지는 신중하게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전석운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