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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수 펑크 현실 속 합리적 감세안 추진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관련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어제 서민 중산층 지원, 중소·중견기업 및 K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 지원을 담은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법인세율 인하, 부동산 세제 완화를 선보인 것과 유사한 감세 기조다. 세계 최저 출산율의 심각성에 따라 결혼 커플에 최대 3억원까지 혼인자금 증여세를 공제하고 6세 이하 의료비를 전액 세액공제한 것은 특단의 조치는 아니더라도 의미는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가업 승계를 위해 일부 증여세액 구간의 세율을 절반으로 낮춰준 점, K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최대 5배 높인 것도 기업 경쟁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시의적으로 적절해 보인다. 문제는 유례없는 세수 펑크 현실에서 세제 지원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지다.

올 1~5월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약 37조원이나 줄었다. 하반기에 경제 사정이 나아진다 해도 결손 규모가 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더욱이 올해 세법개정안은 감세 분야가 전방위적이다. 기업, 신혼 부부는 물론이고 전통시장, 반려동물, 유류비, 기부금 등 각종 분야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공제한도를 높이거나 면세를 주는 안들이 많다. 반면 조세감면 일몰 종료 건수는 6건으로 4년 만에 가장 적다. 세 감면이 끝나야 하는 제도 상당수를 연장시킨다는 얘기다. 곳간이 텅 빈 상황에서 각계각층에 세금 깎아주고 기존의 감세 제도를 끌고 가면 국가 운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건전재정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정부가 세입 대책 없이 감세안을 밀어붙이는 자세도 이해하긴 힘들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조치는 아닌지 우려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에 따라 5년간 세수 감소액을 64조4000억원으로 봤는데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인해 2024~2028년 3조원의 세수 결손을 예상했다. 한 해 차이이긴 해도 정부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느낌이다. 세수 분석이 흔들리면 세제 개편도 무용지물이다. 최근 몇년은 과잉 세입이 문제였다면 이제 과소 세입이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세수 추계를 보다 엄격히 한 뒤 현실에 맞는 감세안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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