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내일을열며

[내일을 열며] 또다시 드러난 SNS의 폐해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또 SNS의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인근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6대를 덮쳤다. 청주공항과 오송역을 오가는 747번 버스도 포함됐다. 노선대로라면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가선 안 되는 버스였다. 일부 SNS 사용자들은 성급했다. 버스 기사에 대한 억측을 늘어놓았다. “버스 기사가 무단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거나 “버스 기사가 승객들을 버리고 혼자 탈출했다” “기존 노선으로 갔으면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기사는 지시에 따라 우회했고, 버스에 남아 창문을 깨 네다섯명의 승객을 구한 후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서울 서초동 서이초등학교 2년차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에서도 SNS 사용자들은 신중하지 못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제기된 의혹을 19일 SNS로 옮기면서 기정사실로 증폭시켰다. “교육청이 엠바고를 걸었다” “학부모 집안이 대단해 기사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아버지가 3선 정치인이다” 등으로 단정됐다. 이 역시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정치인 연루설을 쓴 최초 작성자가 사과 글을 올리고 게시물을 삭제한 후 ‘네티즌 수사대’가 지목했던 국회의원을 찾아가 선처를 구했지만 너무 늦었다. 해당 의원은 24일 자신의 연루설을 제기한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심리학자와 IT 전문가 등은 10여년 전부터 두 얼굴을 가진 SNS의 속성을 설명하면서 위해성을 지적하고 잘 사용하는 방법들을 얘기해왔다. 그러나 악의적이고 몰지각한 SNS 사용 행태는 줄어들지 않았다. 요즘엔 유튜버들까지 가세해 소문을 마치 사실인 양 말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영상에 ‘악플’을 단 네티즌을 고소하고 합의를 유도해 위자료를 받아내기도 한다.

SNS는 소통, 정보 공유,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 등의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다. 반면 여러 차례 강조된 내용이지만,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거짓 정보를 쉽게 유통할 수 있는 구조다. 다른 사람의 SNS 내용에 대해 자의적인 추측이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익명을 보호막처럼 여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내 SNS에 옮기지 말아야 한다.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돕는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해서 아니면 말고 식의 마구잡이로 신상을 파악해 공유해서도 안 된다. 의혹을 제기할 순 있다. 그러나 근거에 따라 합리적이어야 한다.

유튜브 진행자가 유명인이라고 무조건 신뢰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사안도 아닌 사건 사고를 정치 문제로 치환시켜 극단적 진영논리에 따라 해설하면서 혐오성 선정성 인신공격성 발언을 예사로 한다. 구독자와 조회 수를 높이고 후원금과 슈퍼챗을 받기 위해서다. 그 말을 SNS에 옮기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내용은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딥페이크와 교묘한 편집, 거짓 자막으로 만든 영상도 넘쳐나고 있다.

SNS는 사회적 공간이다. 직접 쓰든 다른 이의 글을 옮기든 공개 글을 올리면 그 글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 건전한 이용문화를 만드는 의무도 SNS 이용자 각자에게 있다. 사실 그대로 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제하면서 객관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컴퓨터에서 문서를 작성하다 보면 한글 입력 상태에서 영문을 입력하기도 한다. 간혹 자판을 영어로 바꿔 입력하더라도 한글로 자동변환하곤 한다. 이 상황에서 SNS는 ‘눈’으로 바뀐다. 눈으로 감시하고, 확인한 내용만 옮기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SNS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