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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상민 탄핵안 기각… 여야 정쟁 멈추고 재난 대책 만들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은 했지만 현행법 위반은 없었다는 취지다. 예상대로다. 탄핵소추안은 발의되기 전부터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무리한 탄핵소추는 참사 수습에도, 비슷한 재난을 방지할 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야는 ‘한 번 해봐라’ 또는 ‘진짜 하면 어쩔래’라는 식의 치킨게임을 벌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이라는 최악의 길을 걸었다.

서울 도심에서 150명 넘는 젊은이가 숨진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사고 가능성은 예상됐지만 안전 대책은 없었고, 십여 차례 경고는 모두 무시됐다. 참사 뒤에는 책임 회피만 있었다. 당연히 책임자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도 정비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당시 국회가 할 일은 분명했다. 현행 법규를 위반한 책임자를 가려 처벌토록 하고, 법과 제도의 허점을 찾고, 그 허점 때문에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사람에게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묻고, 시스템을 고쳐 같은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재난을 정쟁에 이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을 해임하라는 여론을 끝내 거부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지지율을 걱정하며 이 장관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소추가 책임 소재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성급하게 밀어붙였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맞불을 놓는 ‘방탄 탄핵’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보여주듯 우리 사회는 이태원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다. 112 신고는 또 무시됐고, 경찰과 자치단체는 거짓말을 하거나 책임을 떠넘긴다. 여야는 이번에도 서로를 헐뜯으며 싸운다.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제대로 된 대책을 찾아야 한다. 헌재 결정 직후 업무에 복귀한 이 장관도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헌재는 이 장관이 법을 어겼거나 해임될 정도로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성실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했을 뿐이다.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의 정치적·도의적 책임까지 면제해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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