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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발 소포 불안, 외교안보 차원 대응에도 소홀함 없길

나흘간 의심 우편물 2000건 신고
해프닝 가능성 크지만 안심 안돼
이 문제도 정쟁 벌이는 여야 한심

울산 동구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지난 20일 노란색 비닐봉지에 담긴 대만발 국제우편물을 열어본 원장과 직원을 포함한 3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은 소방대원이 수거 중인 문제의 우편물. 연합뉴스(울산소방본부 제공)

정체불명의 외국발 소포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시설에 의심물질이 포함된 소포가 배달된 것을 시작으로 23일 현재 유사 사례가 신고 접수된 게 2000건을 넘어섰다. 소포 대부분이 노란색 봉투이며 발신지가 주로 ‘Taipei Taiwan(타이베이 타이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 등의 분석 결과 우편물들에선 화학 생물 방사능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무작위 발송하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명 피해 없이 해프닝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국제 문제가 된 만큼 외교 및 안보 차원의 대응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발신지로 지목된 대만 정부는 최근 “소포들은 중국 선전에서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졌다. 전담팀을 구성해 사건을 추적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외교 사안이 돼 버린 것이다. 브러싱 스캠은 중국에서도 불법이란 점에서 이런 소포가 단기간에 한국에 집중 배달된 점은 의문이다. 한국 정부도 중국·대만 당국과 협력해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소포 배달 사태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테러 우려다. 과거 미국 등지에서 탄저균이나 폭발물이 들어있는 소포 테러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다 북한은 세계 3위 수준의 생화학 전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와 북·중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외교 현실도 괜한 불안감을 키운다. 안보 불안을 해소할 정부와 국회의 총력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조차 여야가 상대방 비난용으로 쓰고 있어 한심하다. 국민의힘은 “전 정권의 자충수 ‘국정원법 개정안’이 논란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전 정부가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대공수사권은 내년부터 경찰로 이관되고 국정원이 소포물을 일일이 검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나친 억측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당국은 ‘우편물을 뜯어보지 말라’는 문자 말고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태 직후에 그럼 어떤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다름 아니다. 외교·안보 사안조차 정쟁의 시각으로 보는 행태가 개탄스럽다. 여야는 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사태의 전말을 밝히는 게 급선무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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