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여야, 물난리 피해의 고통마저 정쟁에 이용하려 하나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로 8명이 실종된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지난 17일 119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번 산사태로 마을이 토사에 뒤덮이면서 예천군에서만 사망자가 9명 발생했다. 예천=권현구 기자

전국을 휩쓴 물난리에 사망·실종자가 50명에 달했다. 하천 제방 250여 곳이 유실되고 침수된 농경지가 3만㏊가 넘는 등 재산피해도 엄청나다. 거세게 쏟아졌던 비가 잠시 그치면서 복구 작업은 간신히 시작됐다.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수해 현장으로 모여드는 등 전 국민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마음을 모으는 중이다. 그런데 피해 복구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여야 정치인들은 몰아치던 수마가 진정되자마자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정쟁을 잠시 중단하고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더니 불과 며칠 만에 수해 책임과 추가경정예산을 놓고 서로 헐뜯고 있다.

여야는 20일 하루종일 전·현 정부 수해 책임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4대강 보 해체 정책에 매몰된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물난리가 났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있는 지역에는 피해가 없는데, 충북도와 청주 등 국민의힘 소속 도지사와 시장이 있는 곳에 피해가 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교 학생들이나 할 유치한 이야기가 주요 정당 지도부의 입에서 여과 없이 나온 것이다. 기후위기로 갈수록 거칠어지는 자연재해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합리적 대책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책임을 떠넘기며 상대를 비난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놓고 벌이는 공방도 다를 게 없다. 아직 침수된 농경지에 물이 빠지지도 않았다. 다음 주 다시 비가 온다니 물난리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일부 잠정 피해액은 나왔지만 전국적 피해 집계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당장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재난예비비 2조8000억원을 투입하겠다며 반대한다. 돈이 얼마나 들지, 어디에 써야할지 아무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35조원 추경’과 ‘추경 불가’가 맞붙었다. 지금 여야가 국회에서 할 일은 이런 쇼가 아니다. 수해의 고통을 정쟁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