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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당 현수막 철거에 박수친 시민들… 국회, 결자해지하라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소금밭사거리에서 연수구청 관계자들이 시 조례위반 정당현수막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시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정당 현수막 강제 철거에 나섰다. 국회의원들이 정당 현수막을 얼마든지 내걸 수 있게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면서 극심해진 ‘현수막 공해’에 정면 대응을 시작했다.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은 수준 이하의 비방과 저열한 문구로 거리를 오염시키는 흉물이자,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가 됐다. 지난 2월 킥보드를 타던 학생이 현수막 줄에 걸려 중상을 입는 등 사고와 민원이 잇따르자 인천시와 시의회는 조례를 개정했다. 선거구별 4개 이내로 지정 게시대에만 걸고, 혐오와 비방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뒀다. 이 조례에 따라 철거를 시작한 12일 현수막을 떼어내는 현장에서 시민들이 박수를 쳤다. “속이 다 시원하다”고들 했다.

우리가 지방자치제를 도입해 행정의 권한을 분산하며 기대한 순기능 중 하나가 이런 거였다. 국회와 정부가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고 심지어 가중시킬 때 국민과 가까운 곳에서 적극적인 행정을 펴는 지자체가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천시의 현수막 조례는 상위법(옥외광고물법)과 충돌한다. 행정안전부는 절차에 따라 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인천시는 아마 패소할 것이다. 조례의 상위법 위반 여부만 기술적으로 따질 대법원은 국회가 만든 법률의 손을 들어줄 테지만, 국민이 박수를 보낸 것은 인천시 조례였다. 민심의 법정에서 국회의원들은 이미 인천시와 시의회에 완패했다. 누구를 위해 입법 권한을 사용했느냐가 이 차이를 갈랐다.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률은 자신들이 특권을 누리려 한 것임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국민의 지탄을 받는 법률이 박수를 받는 조례를 무력화하게 될 불합리한 상황은 국회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몇 달 전 정당 현수막 비판론이 거셀 때 옥외광고물법을 예전처럼 되돌리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의원들은 지금 뭉개고 있다. 이 법률을 이렇게 만든 행안위원들은 한마디 반론도, 해명도, 심지어 변명도 없다. 그저 뭉개면서 내년 선거까지 현수막 특권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걸핏하면 특권 포기 운운하는 말에 일말이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어서 이 법부터 바로잡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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