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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유라시아의 심장지대

전석운 논설위원

입력 : 2023-07-14 04:10/수정 : 2023-07-14 05:34

지정학(Geopolitics)의 개념을 정립한 영국 지리학자 해퍼드 매킨더(1861~1947)는 세계 패권의 부침을 유라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매킨더는 특히 유라시아의 ‘심장지대’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세계 패권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장지대는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한 지금의 동유럽이다. 몽골초원에서 일어난 훈족이 서유럽을 침략할 때 거쳐간 곳이고, 로마제국을 무너뜨린 게르만족 대이동의 관문도 이 지역이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경쟁국의 부상을 경계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으로 거론했다.

이 지역에 유난히 중립국이 많은 건 외세 침략이 잦았던 지정학적 특성 때문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출범 이후 74년간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다. 소련이 주도한 군사동맹 바르샤바조약기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북유럽 강국 스웨덴도 200년 이상 중립국을 고수해왔다. 그런 스웨덴이 나토 가입 절차를 사실상 마쳤다. 핀란드는 지난 4월 나토 회원국이 됐다.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던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1999년 나토에 가입하면서 동유럽의 나토 편입은 속도가 빨라졌다. 러시아와 고대사가 겹치는 우크라이나마저 나토에 가입한다면 러시아의 심장지대 영향력은 거의 소멸된다.

파트너국 수반의 자격으로 2년 연속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군사정보를 나토와 공유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어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극동 아시아의 한국이 지리적으로 먼 유라시아 심장지대 국가들과도 협력을 강화해야 할 만큼 글로벌 안보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보듯 많은 나라들의 중립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해온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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