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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공적 조직이 복지서비스 품질 관리… 국민 신뢰 탄탄

[인구가 미래다!] <6부> 사회서비스 고도화의 길 ③ 요람에서 무덤까지 케어

이기일(왼쪽)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달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공적의료보험 의료지원단을 찾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달 12일 스웨덴 스톡홀름 우플랑스 브로 코뮨 내 보육시설에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서비스를 설명하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가리키고 있는 관계자. 독일·스웨덴 공동취재단

“독일은 평가에 신중한 국가입니다. 사람들은 인증기관의 평가를 믿으며, 공적의료보험 의료지원단(MD)이 사회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는 것을 신뢰합니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내 MD에서 만난 에른스트 사이페르트 전문의 서비스 책임자는 독일 사회서비스의 높은 신뢰도를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요양기관 종사자의 노인 학대 사례가 종종 사회적 이슈가 되고, 시설 간 서비스 편차가 커 사회서비스의 전반적인 질을 높이는 게 과제로 꼽히는 상황이다.

독일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의 서비스 평가를 국민이 신뢰하는 데는 MD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MD가 홈페이지에 해당 기관에 대한 평가를 올리면 누구나 그 내용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 또 주마다 구성된 MD 담당자 16명이 3개월에 한 번씩 회의를 연다. 1년에 50만6000건에 이르는 심사를 진행하는데, 독일 내 8개 법정의 질병보험 등급인정조사와 판정, 등급 적절성 평가, 장기요양기관 서비스 질 관리 등을 수행한다. 새로운 의료방식 도입 문제나 약제 평가도 MD에서 담당한다.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기능이 유사하다.

특히 장기요양기관에 대해서는 1년에 한 번씩 정밀 평가를 진행한다. 바터 캄프 MD 장기요양 담당자는 “시설마다 8명의 이용자를 검사해서 상태가 어떤지 (무작위로) 살핀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제대로 케어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면 1년에 3회 방문 점검을 하고, 문제가 개선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MD의 평가는 철저히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사이페르트 책임자는 “MD 평가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법에 규정된 대로 전문적 지식에 따라 이뤄진다”며 “특히 경제적인 이유는 판단에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과 함께 MD를 방문한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장은 “독일의 서비스가 모두에게 신뢰받는 이유는 전담조직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객관적이고 일관된 관리 프로세스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육서비스 분야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보육, 상담,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패밀리센터의 경우 지방정부로부터 품질 관리를 받는다. 교육 프로그램 시간이나 인원수와 같은 정량적 평가 외에도 실제 이용자들과 상담한 심층 평가도 진행된다. 안야 마이 아드알베르트 스트라세 패밀리센터 책임자는 “시에서 위탁을 받아 시설을 운영하는데, 품질 관리가 위탁 계약에 중요한 요소”라며 “프로그램 이용자들에게도 물어보면서 품질 관리가 이뤄지는데, 부모의 만족도를 검사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역시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스웨덴의 조세부담률은 2020년 기준 42.6%에 달한다. 한국(28%)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4%보다 월등히 높다. 스웨덴 국민이 기꺼이 높은 세금을 부담하는 건 복지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지난 1월 OECD가 발표한 공공사회복지지출을 보면 2019년 스웨덴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은 25.5%로 OECD 평균(20.0%)보다 높았고, 한국(12.3%)에 비하면 두 배 수준이었다.

스웨덴은 각 지방정부(코뮨)가 돌봄과 육아, 요양서비스 등의 품질 관리를 하고 항목별로 세금을 달리 매겨 복지 수요자의 선택을 받는 구조다. 이 때문에 각 코뮨은 특화 서비스를 내걸고 경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웨덴 복지의 기본은 보편적 복지라 각 코뮨의 강조점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서비스 질 차이는 크지 않다고 한다.

높은 수준의 사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신뢰 때문에 세금 저항도 높지 않다. 당장 사회서비스를 받지 않는 젊은 세대가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걸 반대하진 않느냐고 묻자 폴 구스타프손 ‘우플랑스 브로’ 코뮨 교육위원장은 “스웨덴에서는 생애 전주기(whole life)를 본다”며 “물론 세금을 낮춰 사람들의 불만을 줄이는 게 과제이긴 하지만, 당장 서비스받지 않더라도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믿음이 스웨덴 사회서비스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두 국가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MD 관계자는 “독일도 고령화를 겪으면서 사회서비스 수요는 많지만, 서비스 인력이 없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노동 강도가 세다는 인식 때문에 종사하려는 인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인력은 곧 서비스 질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독일은 이민자 정책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2020년 기준 전체 취업자(약 502만명) 중 15.2%가량이 보건 및 사회복지 종사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도 사회서비스 종사자 중 여성 비율이 77.8%를 차지할 정도로 일과 삶이 불균형한 일자리라는 인식이 크다.

이 차관은 “결국 서비스 질을 결정짓는 건 ‘케어 기버(돌봄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도 개선해 나가야 하고,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를린, 스톡홀름=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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