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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정치인의 먹방

남도영 논설위원


2016년 5월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명 셰프 앤서니 부르댕과 함께 수도 하노이에 있는 식당을 찾아 분짜로 식사를 했다. 등받이가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현지 맥주 1병을 들고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진에 베트남 국민들은 환호했다.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했던 미국에 오바마의 쌀국수 식사 사진은 큰 도움이 됐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영국 BBC방송은 식당의 다른 고객은 왜 오바마를 보지 않는가, 오바마가 젓가락을 잡지 않은 이유 등 6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쉽게 말해 연출 아니냐는 것이었다. 같은 해 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전용기 안에서 KFC 치킨을 먹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서민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는데, 은색 포크와 나이프가 문제였다. 누가 치킨을 포크와 나이프로 먹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막걸리는 서민적 지도자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칼국수는 청렴한 지도자를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선 후보 시절 군부대를 방문해 ‘짬밥’을 먹었는데, 반대 진영 인사들은 물론 네티즌들도 “짬밥을 저렇게 맛있게 먹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호평했다. 그런 이 전 대통령도 실패한 음식이 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를 방문한 이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함께 후쿠시마산 채소를 시식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MB의 후쿠시마산 오이 먹방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여권의 회 먹방이 한창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가락수산시장을 찾아 횟집에서 식사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의원들과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했다. 횟집 식사 인증 릴레이에 수조 바닷물 먹방도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3일 강릉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현지 시장 횟집을 찾았다. 정치인들의 먹방에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겠지만, 먹방은 보조수단에 그쳐야 좋다. 지나치면 효과가 좋지 않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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