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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 수능 위협하는 사교육 카르텔 뿌리 뽑아야 한다

정부가 학원 부조리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선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현직 입시학원 강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자를 만났다며 학생들에게 자랑하고, 전직 수능 출제위원은 사설 모의고사 개발에 참여했다. 교육부가 최근 열흘간 운영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261건의 신고내용 중 일부다. 교육부는 이 중 사교육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이 의심되는 사례가 46건이라고 분석하고, 2건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유착 정도에 따라 수능의 공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들의 불법 여부와 사교육 카르텔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번 대응은 왠지 미덥지 못하다. 수능 출제위원을 지낸 대학교수가 사교육업체를 설립하고, 수능 출제위원 출신 현직 교사들이 입시 학원을 위해 모의고사를 출제해 주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교육부는 전혀 몰랐다는 말인가. 사교육업체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전직 수능 출제위원은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이력과 사업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 업체에서 개발한 모의고사는 전국 입시 학원들에 인기리에 공급되고 있다. 학원가의 소위 일타 강사들은 수능 출제위원 출신 현직 교사들에게 모의고사 출제를 의뢰한 뒤 이 중 20%를 추려 족집게 문항이라고 마케팅을 하고 있다. 수능 문항의 EBS 연계율이 높아지면서 EBS 스타 강사들도 사교육시장의 집중 영입 대상이 돼 왔다. 수능의 공정성이 사교육 카르텔로부터 위협받은 지 오래다. 뒷북 대응이다.

그러나 사교육 카르텔을 잡는다고 입시 지옥이 해소되거나 공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수능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입시에서 차지하는 수능의 비중을 크게 낮추지 않는 한 반복 훈련을 통해 수능 점수를 높여주겠다는 사교육시장을 공교육은 절대 이길 수 없다. 대입 전형과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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