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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 진짜 이권 카르텔은 ‘법조 카르텔’ 아닌가


노조, 시민단체, 전 정부 정책, 사교육 업체 등을
부정과 부패 카르텔 규정…
신임 차관들엔 ‘카르텔과의 전쟁’ 강조하기도

하지만 국정운영 방해·비판 세력에
모조리 낙인 찍어 사정 칼날 들이대는 모양새…
전임 정부 적폐청산과 유사한 느낌

‘50억 클럽’ 등 법조 카르텔엔 침묵해 검찰 가족은 예외처럼보여…
의미 반감되고 정치적 노림수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2년 전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였다. 2021년 6월 29일이다.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이권 카르텔을 지적하며 척결 대상으로 삼았다.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습니다.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권 카르텔이 어떤 분야의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아 구체적 사례가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저 권력과 결탁해 이득을 챙긴 집단을 지칭하려니 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지난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재등장하면서 타깃 세력이 구체화됐다.

첫 타깃은 노조였다. 지난해 12월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 직후 대통령은 노조에 대해 “일자리 세습, 기득권의 일자리 지키기를 위한 이권 카르텔”이라고 적시했다. 그 후 건설노조에 대한 ‘건폭 몰이’가 시작됐고,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을 명분으로 양대 노총 때리기에 나섰다. 다음은 시민단체였다. 민간단체 보조금 유용과 관련해 대통령은 “국민 혈세가 국민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며 “부정과 부패의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임 정부의 주요 정책도 타깃에 포함됐다. 대표적인 게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다. 지난달 감사원 감사 결과로 관련 비리가 드러나자 “국민 혈세가 이권 카르텔 비리에 사용됐다”고 개탄한 대통령은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 라인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까지 지시했다. 최근에 등장한 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다. 대통령이 수능 ‘킬러 문항’을 지적하며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이란 말인가”란 발언을 내놓고, 국세청이 반발하는 대형 학원들을 정조준해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더 나아가 대통령은 어제 신임 차관들에게 “우리 정부는 반카르텔 정부”라며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하지만 온갖 곳에 ‘카르텔’이란 딱지를 붙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도 국정 운영에 방해가 되는 대상이거나 정권 비판 세력, 정부 방침을 거스르는 집단 등은 모조리 이권 카르텔로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그리고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을 동원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댄다. 머지않아 정부 부처들에서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 사회 각 분야의 카르텔 비리가 쏟아져 나올 게 틀림없다. 물론 불법과 부패는 뿌리 뽑는 게 마땅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임기 내내 부르짖은 적폐청산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희한한 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고한 법조 카르텔은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조 카르텔만큼 뿌리가 깊은 그들만의 리그도 없는데 말이다. 막대한 수임료를 챙길 수 있는 전관예우는 기본인데다 스폰서 관행, 접대 문화 등으로 공생 관계를 유지해온 게 법조 카르텔이다. 부패 사슬로 얽힌 게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 그조차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가 만연해 ‘불멸의 신성가족’이란 타이틀을 얻은 것 아니겠는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은 법조 카르텔의 전형이다. 그렇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고위 판검사 출신들의 연루 명단이 공개된 게 2021년 10월인데 검찰이 차일피일 미루다 마지못해 수사에 나섰으니 진척이 있을 리 없다. 부실 수사로 곽상도 전 의원은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줄곧 의혹을 뭉개왔던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서는 지난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기각 사유는 참담할 정도다.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건 범죄 성립 자체에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선택적 무능, 봐주기 수사에 이은 면피용 영장 청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 전 특검과 국정농단 특검팀의 검사 등이 얽혀 선물과 금품이 오간 ‘가짜 수산업자’ 사건도 법조 카르텔의 대표적 유형이다.

그럼에도 사안마다 카르텔 낙인을 찍는 대통령이 법조 분야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이 없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등에게 엄정한 수사 지휘를 지시할 법도 한데 한식구였던 검찰 가족은 예외인 모양이다. 하지만 법조 카르텔을 빼고 카르텔과의 전쟁을 말할 순 없다. 의미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법조 카르텔에 대해 언제까지 침묵할 건가.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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