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林과 함께라면 천리길도 행복

한반도 횡단 숲길 ‘동서트레일’ 55구간

입력 : 2023-07-04 22:28/수정 : 2023-07-05 12:09
지난달 16일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을 찾은 트레킹 참가자들이 맨발로 숲길을 걷고 있다. 소나무 숲길은 꾸미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즐길 수 있어 트레킹 코스로 인기가 높다.

키 큰 나무가 빽빽한 숲길에 뜨거운 햇살이 내린다. 전국이 폭염으로 푹푹 찌는 날씨에도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분다. 구불구불한 계곡을 따라 거대한 바위가 즐비한 협곡을 조심스레 걷는다. 계곡 주변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는 아름드리 금강소나무 수백 그루가 바위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기암절벽 위에 우뚝 솟은 소나무가 병풍처럼 펼쳐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탐방객들이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 계곡 사이에 통나무로 만든 다리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바람도 쉬어 간다는 불영계곡. 잠시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자 머리까지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진다. 종일 트레킹하며 지친 발을 위로한다. 작열했던 태양이 떨어지자 계곡 주변의 산 위로 별들이 쏟아진다. 돌다리 위로는 야간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의 헤드랜턴 불빛이 궤적을 그린다. 하늘의 별들과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지난달 1일 시범 개통한 한반도 횡단 숲길 ‘동서트레일’ 55구간 울진 구간의 최근 풍경이다.

금강송면 하원리 불영계곡 돌다리 위로 별이 쏟아지는 듯한 모습. 이번에 개통한 동서트레일 55번 구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다.

동서트레일은 울진군에서 충남 태안군까지 한반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최초의 숲길이다. 총 55개 노선으로 구분되며 1개 구간 평균 거리는 약 15km로 보통 하루에 걸을 수 있다. 구간 시작과 끝 지점에 산골 마을이 있다. 거점 마을 90개와 야영장 43곳을 조성해 우리나라 최초로 백패킹을 즐길 수 있게 한 트레일이다. 숲길이 지나는 충남, 세종, 대전, 충북, 경북 5개 시도와 산림청 등이 함께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숲의 다양한 생태·환경적, 문화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늘어나는 국내 장거리 트레일 수요에 대응하는 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산림자원 육성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2026년 모든 길이 연결되면 849㎞ 길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보 여행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보다 길다. 경기도 안산에서 트레킹 체험을 온 신계화(60)씨는 “10년 동안 전국 유명한 등산·도보여행 코스를 많이 다녀봤지만, 국내에 이렇게 긴 숲길이 만들어진다니 꼭 걸어보고 싶다”며 “벌써 그 길에 있는 것처럼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숲길을 걷다 보면 지천으로 널린 다양한 야생화를 만난다. 사진 왼쪽부터 꿀풀, 인동초꽃, 기린초, 산딸나무꽃.

동서트레일은 산림생태·환경적 가치와 역사·문화적 가치의 보고다. 기존 트레킹코스와 둘레길이 잘 어울리면 내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명품 숲길이 될 것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50년 산림녹화사업으로 아름다운 숲을 갖게 된 만큼 이제는 산을 느끼고 누릴 때가 됐다”며 “동서트레일은 국민에게 큰 행복을 주는, 세계적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진=사진·글 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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