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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대통령의 차관 중심 개각, ‘책임장관’과는 멀어 보인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통일부 장관을 포함한 장관급과 차관 인사 개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단행한 개각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정 개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친정체제 구축 차원이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와 국민권익위원회, 인사혁신처를 포함해 14개 부처의 장차관급 인사 15명을 교체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개각이다. 전문가들의 기용과 행정관료들의 내부 승진이 많았고,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들이 전진 배치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측근들이다. 그러나 개각이 차관급에 집중된 건 아쉽다. 장관급 교체는 2명에 불과했다. 신임 차관(급) 13명의 소속 부처 중 통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부처의 장관들은 그대로다. 장관을 바꿀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문제가 된 부처의 장관들을 놔두고 차관들만 바꾸는 인사로는 대통령의 개각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아끼는 측근이긴 하지만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교체해야 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의 탄핵소추가 지나치긴 했지만 이로 인해 4개월 가까이 직무가 정지된 식물 장관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과 상관없이 적절한 시기에 이 장관을 교체하는 게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임명장을 받은 지 7개월밖에 안 됐지만 정책 오류가 잦다. 사범대와 교육대를 통합한 교육전문대학원을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교육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이를 철회했고, 수능시험과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을 줄이라는 윤 대통령의 질타에 본인이 책임을 지는 대신 입시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교육과정평가원장을 물러나게 했다. 킬러 문항 축소를 수능 난이도 논란으로 변질시키면서 수험생들의 불안을 키운 것도 세련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 정부의 원전 정책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지난달 제2차관의 사표를 받았다. 이창양 장관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분권형 책임장관제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이번 차관 중심 개각은 책임장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장관 인사보다 차관 인사를 먼저 한 적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초대 내각의 차관급 인사를 하면서 “차관들이 국정의 중심”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차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차관들이 실세 행세를 하면 장관은 핫바지에 불과하다. 그러려면 장관을 둘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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