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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정시한 또 넘기는 최저임금, 정치 논리 배제하고 협상해야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 두번째)을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이 지난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도 법정시한을 지킬 수 없게 됐다. 지난 27일 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이 구속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대신할 위원 임명을 놓고 고용노동부와 갈등을 빚다가 전원 퇴장해 협상 테이블 자체가 깨졌기 때문이다.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29일까지 회의 일정은 잡혀 있지만 경영계가 뒤늦게 임금 동결안을 내놓은데다 노동계는 회의 참석마저 거부하고 있어 극적 타결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최저임금은 서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최소한 얼마 이상은 지급해야 한다고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으로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상률을 높인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최근 5년 동안 우리 사회는 물가상승률의 2배가 넘는 최저임금 인상을 경험했다. 상대적으로 억눌렸던 저소득층의 임금을 정상화한다는 취지였지만 과속 인상의 폐해가 적지 않았다.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 위기에 직면했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가 30%에 육박했다. 가장 어려운 계층을 위한 제도가 거꾸로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기에 최저임금 결정은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생계비를 좌우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야 하고,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노동계가 과격한 시위로 구속됐거나 경찰 수사를 받는 근로자위원의 자격 논란을 빌미로 협상을 중단한 것은 유감이다. 3%가 넘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무시한 채 시급 1만원을 돌파하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진다며 여론전에 몰두하는 경영계도 다를 게 없다. 노사 양측은 우리 경제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근거로 합리적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저임금 고시일은 8월 5일이다. 비록 법정시한은 넘겼지만 이의제기 기간을 고려해도 협상에 나설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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