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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사들이 의사 확충을 왜 반대해요?” 되물은 독일 의사들

지난 8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최근 베를린 출장에서 만난 토마스 슈테판 독일 연방보건부 차관에게 의대 정원 문제를 물었다고 한다. 출장 안건은 아니지만, 국내 의정협의체에서 한창 논의 중인 사안인 데다 독일이 의대 정원(현재 1만1752명)을 올해 5000명 이상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한다는 이 차관 얘기에 슈테판 차관은 매우 의아해하며 말했다. “의사들이 반대해요? 독일 의사들은 의사 인력이 확충되면 근무 여건이 나아진다고 오히려 반기는데요.” 이 차관 일행이 독일 공적의료보험 의료지원단(MD)을 방문해 현지 의사들과 얘기할 때도 같은 반응이 나왔다. “의사들이 반대한고요? 왜요? 상상이 안 되는데요.”

의사가 늘어나면 ‘내 진료 부담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독일 의사들과 ‘내 수입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한국 의사들의 인식 차이를 단선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독일은 모든 대학 과정이 그렇듯 의대 학비도 정부가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의사 양성 방식과 공공의료 비중이 우리와 다르다. 하지만 그런 차이를 전부 감안해도 한국에서 의료 행위를 둘러싼 모든 논의가 결국 의사의 ‘돈’ 문제로 귀결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의료체계의 가장 큰 변화였던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이 반대급부로 ‘의대 정원 축소’를 관철시키고 이를 18년간 동결케 실력행사를 했다는 사실은 환자를 위한 적정 의사 인력의 공급 문제에서조차 ‘의사의 수입’을 앞세워 왔음을 말해준다.

그래서 한국 의사의 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가장 높아졌다. 독일 의사의 소득을 크게 웃돌게 됐는데, 의사 확충을 대하는 시각은 여전히 저렇게 상반돼 있다. 제도적 차이를 넘어 의료 행위를 대하는 자세와 사회적 책임감의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란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의사도 직업인이니 밥그릇에 민감한 건 당연하겠으나 국가적 의료 정책에 몽니를 부릴 때는 지났다. 의정협의체에서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마다 고령화에 대비해 경쟁적으로 의사를 늘리는 중이다. 한국 의료계도 이제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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