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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교육 카르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1일 사교육 이권 카르텔 사례와 학원의 허위·과장 광고를 집중 단속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들을 영입해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수험생에게 판매하고, 교육당국은 이를 알면서도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 배제나 출제위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대인 26조원이다.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에서 흡수해도 시원찮을 판에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수능에 출제해 사교육을 부추기고, 교육계와 사교육업체의 카르텔 논란까지 있다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몇 년 전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국민일보에 “사교육 기관 연구소로부터 두 차례 정도 스카우트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수능 출제위원 경력은 원칙적으로 비공개이지만, 출제에 참여했던 교수나 교사를 사교육업체 연구소에서 데려가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한 입시연구소는 아예 대표가 출제위원장을 지냈다는 이력을 앞세우고, 연구소 구성원 중 수능 출제위원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홍보한다. 영입된 이들은 고교 교육과정만으로는 풀 수 없는 킬러 문항을 만드는데, 문항당 출제비는 1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강남 대형 학원을 포함해 전국 입시학원에 문제집을 판매했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후 국어·수학 영역의 난도가 높아지면서 사설 모의고사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사교육 카르텔 문제는 지난주 교육부가 대입 담당 국장을 대기발령 조치하면서 불거졌다. 대통령이 수능 출제와 관련해 지시했는데 이 지침을 국장이 버티고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대통령실은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로 경질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당시 카르텔이 구체적인 사안이라기보다는 킬러 문항 출제 관행을 지적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왜곡된 교육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처럼 공교육이 불신받고 아이들이 사교육으로 몰리는 건 정상이 아니다. 사교육비가 없어 학원에 갈 수 없는 학생들에게 수능은 공정하지 않다. 정부가 킬러 문항 배제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천명한 만큼 이번 기회에 사교육 카르텔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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