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불성실 변론 권경애 변호사에 솜방망이 징계한 변협

권경애 변호사. 뉴시스

대한변호사협회가 1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학교폭력 사건 손해배상 소송’에서 불성실한 변론으로 패소를 자초한 권경애 변호사에 대해 자격 정지 1년을 처분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제 식구 봐주기이고 솜방망이 징계란 지적을 변협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권 변호사가 해당 사건에서 보인 행태는 소송 대리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고생의 어머니(이모씨)가 학교 법인과 가해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 소송을 대리해 지난해 2월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어이없는 대응으로 패소를 자초했다. 이씨가 1심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19명에 대해 항소했는데 권 변호사는 지난해 9~11월 열린 3차례 재판에 모두 출석하지 않아 항소가 취하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재판의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는 민사소송법 규정을 그가 몰랐을 리 없다. 건강 이상, 기일 착오 등을 불출석 이유로 들었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 측 변호사도 3차례 모두 불출석했는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권 변호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는 이것만이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5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가해 학생 부모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는데 권 변호사는 이 사실을 이씨에게 5개월 동안 알리지 않아 상고할 기회마저 차단했다. 의뢰인을 성실하게 대리해야 할 책무를 깡그리 망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고의 패소를 작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권 변호사는 소송 대리인 자격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변협은 “성실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안으로 판단한다”면서 정직 1년을 의결했다. 변호사 징계는 영구제명, 제명도 있고 3년까지 정직도 가능한데 도대체 얼마나 중한 위반이라야 그런 처분이 내려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징계나 할 거면 변협은 법무부가 위임한 변호사 징계권을 반납해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