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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파업 손배, 조합원별로 산정하라’는 대법원 판결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오른쪽)을 비롯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대법원 3부는 쌍용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금속노조가 회사에 33억1천14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15일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15일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관련 기준을 제시한 2건의 판결을 내놓았다.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4명을 상대로 2012~2013년 제기한 손배 소송과 쌍용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2010년 낸 손배 소송의 상고심 판결이다. 두 사건은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심리했는데 조합원의 손배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1·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두 판결의 취지는 불법 파업에 따른 손배 책임은 참여 조합원의 경중을 따져 개별적으로 물어야 하고 손배 규모는 실제 피해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과 관련, 조합원들에게 연대해 공동 책임을 지웠던 기존 판례를 뒤엎는 첫 대법원 판결이어서 향후 파업 관련 손배 소송과 산업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업에 따른 손배 청구 시 개별 조합원의 귀책 사유를 따져 손배액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과 맥이 닿아 있다는 점에서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게 됐다.

재판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2010년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검해 공정을 중단한 것과 관련한 손배 소송에서 “개별 조합원 등의 책임 제한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역할,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을 경우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현대차 소송에서 쟁의행의 종료 후 부족 생산량을 만회했다면 파업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기존의 폭넓은 손배액 산정에도 제동을 걸었다. 2009년 쌍용차 노조의 평택공장 점거농성 관련 소송에서도 쌍용차 측이 파업에서 복귀한 노조원에게 지급한 18억여원은 파업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배액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 여야의 평가는 엇갈린다. 노동계와 야권은 환영했지만 경영계와 여권은 손배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해 불법 파업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는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배 청구의 길을 열어두되 책임 소재를 엄격하게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와 여야는 판결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갈등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판결 취지를 존중하고 공정한 노사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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