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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규제 풀고 지원 늘려 ‘디지털 대변혁 시대’ 열어가야”

[대담] 한국 대학 교육 진단
미래 향한 방향을 논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100년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지만 한국 사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교육 시장이 연간 20조원 규모로 커졌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대학들은 위축되고 있다. '줄 세우기 식 교육'이 여전하지만 그 순서가 성공의 순서도 아니다. 장순흥 부산외국어대 총장과 장윤금 숙명여자대 총장이 이달 초 대담을 갖고 한국의 대학 교육 현주소를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살폈다. 카이스트 부총장과 한동대 총장을 역임한 장순흥 총장은 대학 혁신 전문가로 꼽힌다. 장윤금 총장은 현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맡아 위기에 빠진 사립대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대담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장윤금(왼쪽) 숙명여대 총장과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한국의 미래 대학교육 청사진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 참석자 >
장순흥 총장 (부산외국어대학교)
장윤금 총장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현실을 진단해달라.

장순흥=교육이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행복한 삶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행복지수가 낮지만 자살률은 높지 않나. 한 해 사교육비로만 25조원을 사용하는 나라에서 도대체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인성 교육은 사라지고 경쟁만 남았다. 다른 나라는 대학에 들어와 공부한다. 우리나라는 대학에 입학하면 너무 지쳐 링에 오르지조차 못한다. 이런 왜곡된 문화는 결국 결혼하지 않는 사회, 출산이 사라진 현실로 이어지고 말았다.

장윤금=지난해 우리나라 신생아가 24만명 수준이었다. 2000년 48만명에 비해 절반 줄어든 셈이다. 18세 이상 인구는 2000년에 82만6000명이었지만 20년이 지나서는 47만6000명으로 40% 넘게 줄었다. 우리나라에 모두 323개의 대학이 있고 이 가운데 4년제는 191개다. 사립대는 151개로 전체 80%를 차지하지만 정부 지원은 국립대에 치중해 있다. 불공평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규제만 같고 지원에선 차등이 있으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지난 3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이 된 뒤 전국을 순회하며 사립대 총장님들을 만나고 있다. 현장은 문제를 넘어 고통에 빠져 있었다. 대학의 자율 없이 고등교육에 혁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 특성을 살린 대학이 필요하다.


장순흥=지방대학 발전 없이 지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역 도시와 지방 대학은 운명 공동체다. 따라서 지방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이 궁금하다.

장순흥=오랫동안 ‘지·산·학 협력’에 관심이 컸다. 지자체와 산업체, 대학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대학에 지원되는 기금이 연간 10조원 수준인데 사교육 시장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여기서 사립대는 더욱 소외돼 있고 지방대는 말할 것도 없다.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예산을 늘려야 한다.


장윤금=15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있다. 정원도 묶여 있다. 규제 완화가 지속가능한 사립대 발전의 출발점이다. 재정 지원도 늘려야 한다. ‘사립대니까 스스로 생존하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최근 발간한 저서 ‘장순흥의 교육’에서 줄 세우기 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장순흥=책에서 ‘PSC 공부법’을 강조했다. 세상을 변화시킬 교육법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Problem)를 발견한 뒤 자기 주도 학습(Self learning)으로 해결하고 협업(Collaboration)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PSC 공부법이 더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기 주도 학습을 하고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미국이 어떻게 최강 선진국이 됐는지 연구하다 이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을 강하게 만든 헨리 포드와 토머스 에디슨 등은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도 공부로 성공한 게 아니다. 스스로 개척한 결과였다. 결국 이런 기회를 많이 줘서 스스로 길을 찾는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장윤금=지금이 교육 혁신과 개혁의 적기다. 코로나19가 심각할 때 총장이 됐다. 이미 대학에서는 원격교육이 시행되고 있었지만 높은 비율이 아니었는데 감염병으로 어느 날 갑자기 100%로 전환됐다. 이런 대변혁을 전 세계가 해냈고 그 가운데 대한민국이 가장 빨랐다. 학생은 물론이고 교수들도 모두 온라인 수업을 잘 해냈다.

최근에도 메타버스나 챗GPT처럼 디지털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미래도 결정된다고 본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대학, 산업체가 협력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총장이 된 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미국 실리콘밸리였다.

스타트업을 찾아 미팅하며 대학의 방향을 찾았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립대학으로 꼽히는 미네르바 대학교도 방문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구글과 손잡고 스타트업 스쿨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창의적인 변화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대학은 교수와 학생이 창조적 지식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는 말을 들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해 줄 교육 정책과 재정 지원이 있는지는 짚어봐야 할 과제다.

장순흥=미네르바대 설립자와 많은 교류를 했는데 그 대학이 실제 교수가 별로 없다. 프랑스의 에콜42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토론하고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혁신의 출발점이다.

-장윤금 총장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으로서의 고민도 많을 것 같다.

장윤금=재정은 부족하고 규제가 많다 보니 대학들이 특성화보다는 비슷한 형태가 되는 것 같다. 정부 주도 지원 사업에 맞추기 급급한 모습이다. 대학, 특히 사립대는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규제는 풀고 재정 확보를 위해 등록금 동결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 대학생들의 학비는 사실상 한 달에 33만원 수준이다. 물론 1년으로 따지면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대학의 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학원비 수준의 등록금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대학도 양질의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장순흥=코로나 때 한동대 총장이었는데 방역에 만전을 기한 뒤 등교의 길을 열어뒀다. 대면·비대면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교육을 위해서였다. 한동대가 인성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상호협력할 때 인성이 길러진다. PSC 교육법의 밑바탕이 되는 것도 바로 인성교육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중요하다. 초등학생부터 모든 학생이 따뜻한 환경에서 행복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좋은 성품을 갖고 정직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서로 사랑하고 협력하는 인격체로 기르는 게 중요하다.

장윤금=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목적이 되는 건 한계가 크다. 대면·비대면 교육의 장점을 살려 하이브리드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성 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다.

-두 분 다 기독교인이다. 신앙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텐데.

장순흥=자기 주도 학습을 기반으로 동료와 협력을 하려 해도 인성이 좋아야 가능하다. 이웃의 아픔을 이해하는 마음도 중요하다. 세계적인 검색엔진인 야후와 구글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건 후발주자인 구글인데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검색어 철자가 조금 틀려도 어김없이 결과를 찾아준 게 핵심이었다.

인성교육이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의 아픔을 보듬고 도울지 고민하는 걸 가르치는 것이다. 신앙의 핵심은 사랑과 감사다. 이런 신앙적 가치가 결국 공부와 관계, 연구하는 데 실제 도움이 된다.

장윤금=‘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우리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대학 총장이 된 뒤 스스로 세운 계획보다 하나님이 더 크게 결론지어 주셨다. 신앙인들은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학생들도 이런 믿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신앙의 힘이란 함께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는 데 있다.

정리=장창일 조승현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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