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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동철 칼럼] 괴담인가, 합리적 우려인가


주변국 우려·반대에도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강행 초읽기에 들어가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시료
채취 과정 불투명하고 오염수
처리 전 자료도 공개 안해

한국 정부, 일본 면죄부 줄 게
아니라 안전 우려 해소할
책임 있는 조치 요구해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12일 제1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수를 인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설비의 시험 운전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2021년 4월 공식 확정한 바다 방류가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약 2주간의 시운전 기간에 방사성 물질이 없는 물을 바닷물과 섞어 방류하면서 설비 작동에 문제가 없는지, 긴급 상황시 방류 장치가 정상적으로 정지하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설비에 이상이 없는 게 확인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달 중 내놓을 방류 관련 최종 보고서에 특별한 문제 제기가 없으면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다는 게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시나리오다.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에는 130여만t의 방사능 오염수가 1000개가 넘는 탱크에 저장돼 있고 지금도 매일 90~140t씩 불어나고 있다. 2011년 3월 사고 때 주변 구조물과 함께 녹아내려 원자로 바닥에 남게 된 핵연료봉 잔해를 식히기 위해 쏟아부은 냉각수와 이후 유입된 빗물, 지하수 등으로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어 인체에 치명적이다. 도쿄 전력은 다핵종 제거설비(ALPS·알프스)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후 탱크에 저장해 온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키로 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알프스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그래도 남는 삼중수소는 바닷물에 희석시켜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로 농도를 낮춘 후 30년에 걸쳐 방류하겠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그렇게 할 경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주변국들은 물론이고 자국 내에서조차도 방류에 우려하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IAEA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의 오염수 시료 채취 절차와 핵종 분석 방법이 매우 믿을 만하고 시료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추가 방사성 핵종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석한 시료는 IAEA가 임의대로 채취한 게 아니라 도쿄전력 측이 제공한 것이다. 그것도 탱크 내부를 휘저어 내용물을 뒤섞지 않고 위쪽에서 채취했다는 도쿄전력 관계자의 증언을 고려하면 시료의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일본은 알프스로 처리하면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고 삼중수소만 남는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하지만 2018년 8월 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70%에서 세슘 스트론튬 등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법적 기준치 이상으로 포함돼 있는 사실이 일본 언론을 통해 폭로된 바 있다. 알프스의 불량 등이 원인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만큼 2차 정화를 하면 안전하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알프스로 방사성 물질이 제대로 걸러지는지를 확인하려면 처리 전과 후의 상태를 비교해야 하는데 일본이 처리 전 오염수에 대한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들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어민 단체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방류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요미우리, 아사히 등 일본의 주요 신문들이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 사이 실시한 여러 설문조사에서도 방류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중국 등 여러 주변국가들이 방류에 반대하고 있고,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이 만든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각계 전문가로 구성한 독립적인 자문단은 오염수의 안전성이 불확실하다며 방류 연기를 일본에 촉구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국제 사회의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IAEA나 환경 관련 독립적 국제기구, 주변국들이 원할 경우 시료 채취를 허용해 교차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하고 후쿠시마 근해 방사능 오염도 조사 결과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해양 방류가 오염수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선택지도 아니다. 일본 정부는 대기 방출, 지하 매설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는 비용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해양 방류를 선택했다. 자국의 비용 부담을 덜자고 주변국 피해를 외면하는 건 무책임하다.

우리 정부는 그런 일본의 행태를 거들거나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관계 개선이 아무리 절실하다 해도 국민의 건강, 안전과 관련된 사안은 원칙대로 대응해야 한다. 여론도 방류에 반대하는 쪽이 압도적이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괴담’이고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는 건 합리적 우려에 눈을 감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방류를 미루고 우려를 해소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는 게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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