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 길어지는 연금 공백기, 대응 방안 모색해야

김도헌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연금재정 지속성을 위해 감액 없이 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연령이 1953년생부터 60세에서 65세로 5년에 1세씩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최소 정년은 60세이고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은 50대 초중반임에 따라 안정적인 소득에 대한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해외 주요국에서도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지속적으로 상향해왔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연금 수급 개시연령은 64.2세이며, 덴마크를 포함한 5개 국가에서는 수급 개시연령을 기대수명과 연동해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연금 수급 개시연령은 왜 상향 조정하는 것일까?

해외 주요국에서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제도의 장기적인 지출을 줄이기 위해 고령층의 노동 잔류기간을 연장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이 중 대표되는 정책이 연금 수급 개시연령 상향이다. 이는 감액 없이 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시점을 지연시켜 장기적인 연금 급여 지출을 줄일 뿐만 아니라 고령층의 은퇴 시점을 늦춰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조세 수입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금 공백기 동안 연금소득 감소를 근로소득이 충분히 보완하지 못한다면 빈곤율이 증가할 수 있다. 최근 수급 개시연령을 65세에서 66세로 높인 영국의 경우에는 해당 세대 빈곤율이 14% 포인트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호주의 경우에는 건강하지 못하고 생애소득이 낮은 계층은 연금 공백기 동안 실업수당 및 장애연금과 같은 복지제도에 의존하는 부작용 또한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62세로 오르는 1957년생 가구는 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61세인 1956년생 가구에 비해 연금 공백 시점인 61세 때 연금소득은 감소했지만 근로소득이 증가해 소득을 보완했다. 하지만 앞으로 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65세로 높아져 연금 공백 시점은 더 연장될 예정이다. 따라서 미래세대는 근로소득을 높여 대응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는 연금제도와 노동시장 정책의 연계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특히 연금 수급 시점까지 불안정한 근로소득을 보완하는 용도로 부분연금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부분연금제도란 노령연금의 일부를 조기 수급할 수 있도록 해 근로 후반기에 위치한 근로자가 은퇴 시기까지 점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나가거나 혹은 가교직업으로 이동할 시 감소하는 근로소득을 보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근로자가 경제활동 후반기에 건강상태나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근로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조기 퇴직 요인을 줄이고 근로를 연장토록 유도한다.

기업주의 입장에서도 경기 침체나 경영 악화가 발생했을 때 고령층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증가시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핀란드에서는 기본 연금액의 4분의 1 또는 2분의 1에 해당하는 연금 급여를 조기에 수급할 수 있게 해 근로자가 은퇴 시기까지 다양한 근로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조기연금제도가 존재하지만 연금액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조기에 수급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 근로자가 다양한 근로형태와 연계해 사용하기에는 제약적이다. 다만 부분연금제도로 인한 근로시간 감소 효과가 클 경우에는 총 노동공급 효과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에 근로연장을 유도하는 세부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도 연금 공백기에 부상이나 질병으로 근로를 유연하게 늘려 대응하기 어려운 장년층에 대한 소득지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아픈 가구원에 대한 돌봄 부담으로 근로 참여에 제약이 있는 장년층 가구에는 적절한 돌봄 지원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

김도헌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