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자락에서 ‘예술 샤워’ 어때요

대지미술가 지나손, ‘인왕목욕도’ 개인전
내부 전시장 外 숲 9900㎡를 미술관 삼아

‘인왕목욕도’ 야외 전시 전경.

지난 1일 서울 인왕산 자락의 종로구 부암동 자하미술관. 녹음이 우거진 주변 숲속에 원색 캔버스가 여기저기 내걸렸다. 좀 더 들어가니 움푹 들어간 밭 한가운데 둥근 추파춥스 막대사탕을 확대한 듯한 지름 5m 색 덩어리가 피어 있다. 자세히 보니 알록달록 무늬는 총천연색 색을 둥글게 말아 심은 천 조형물이다. 천 사이로는 돼지감자 싹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인왕산 자락을 이처럼 거대한 자연미술 현장으로 만든 이는 자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대지미술가 지나손(58) 작가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서 영감을 얻어 ‘인왕목욕도’라는 주제로 연 개인전에서 작가는 미술관 내부 전시장 말고도 외부의 숲 9900㎡를 미술관으로 삼았다. 최근의 화재로 나무의 불탄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 반대편 숲에는 황금색으로 칠한 욕조가 놓여 있고 가가 고향 안면도 흙이 묻은 붉은 운동화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인왕목욕도’는 작가가 숲에 놓거나 나무에 건 캔버스 그림 7점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캔버스에는 추상화가 그려져 있지만 사인이 들어가 있지 않다.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전시 기획자 키미킴은 “바람, 햇빛, 이슬과 숲의 호흡, 밤사이에 다녀간 멧돼지 흔적까지 담은 이후 비로소 완성이 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미술관 밖을 나오더라도 야외에 오브제처럼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전시 역시 캔버스나 설치미술이 놓였다는 점에서 얼핏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작품이 인왕산 자락 이곳에 놓였다는 점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꽃향기가 진동하는 인왕산 여름 숲의 정기와 기운 덕에 관람객도 ‘예술 샤워’를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는 무엇을 보여주려하기보다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가 화두를 던진다.

전시는 11일까지만 야외 설치 작품은 1년 이상 놔두기 때문에 계속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베르사유시립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회화 사진 설치 등 장르를 넘다들며 작업을 하고 있다.

글·사진=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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