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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안함 자폭” 9시간 만에 사퇴한 민주당 혁신기구 수장

5일 더불어민주당 쇄신작업을 이끌 혁신기구 수장에 임명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사의를 밝혔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기구 수장에 임명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임명 9시간 만에 사퇴했다. ‘천안함 자폭’과 같은 과거 발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이 임명되자 SNS 등에 올린 그의 발언들이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천안함 자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윤가’라고 부르며 퇴진을 주장했다. 윤석열정부를 ‘범죄 집단’ ‘조폭 무리’라고 비하했다. 코로나19 진원지는 미국일 가능성이 있고,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쟁 범죄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글도 올렸다. 음모론에 경도되거나 국민 상식과도 동떨어진 시각을 지속적으로 노출해온 셈이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것은 여러 나라가 참여한 다국적 조사, 북한 어뢰와 인양된 천안함 상태 등 다양한 증거를 통해 확인된 객관적 사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이 공직 선거에 출마하거나 당선된 사람은 아니다. 정부 비판에 과격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의 일부 발언은 비판적 견해 수준을 넘어섰다. 이 이사장은 원내 1당인 민주당의 쇄신 작업을 총괄하는 기구의 수장이다. 사실관계조차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시각으로 어떤 쇄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확산됐다. 결국 이 이사장은 “논란의 지속이 민주당에 부담이 된다”며 혁신기구 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이사장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의 SNS를 한 번만 읽어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논란을 예상하지 못한 민주당의 인사 과정과 정무적 판단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에 혁신기구가 만들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당 쇄신 필요성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 팬덤 정치 논란 등으로 큰 위기를 맞은 상태다. 혁신기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강성 지지자에게 휘둘리는 정당 문화를 개혁하고 포퓰리즘 정책 대신 합리적인 실용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쇄신 의원총회 결의문에서 “반성하고 변화하겠다”며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임명과 사퇴로 민주당의 쇄신 약속은 지키기 어려워졌고, 더욱 힘든 길을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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