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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 만연한 민간단체 보조금 실태, 대대적 수술 필요하다

횡령, 리베이트… 1865건 부정 적발
돈줄 죄기로 악용되면 곤란하지만
세금 사용엔 엄격한 회계·관리 필수


정부가 최근 3년간 1만2000여개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8000억원 규모의 국고보조금 사업을 감사한 결과 1865건의 부정·비리 사례가 적발됐다. 확인된 부정사용금액은 314억원이었다. 수법도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내부거래 등으로 다양했다. 한 통일운동 단체는 ‘묻혀진 민족의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받은 보조금 중 일부를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 강의에 사용했다.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감사원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비영리 민간단체 900여곳을 감사했더니 17억원의 횡령 사실이 나타났다. 한 문화 관련 민간단체 본부장은 횡령한 돈을 손녀 말 구입비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만 하면 세금 횡령이 적발되는 꼴이다.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규모는 지난해 5조4500억원으로 추산되며, 정부 보조금을 받는 단체는 2021년 기준 2만7215개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취약한 지방정부, 시·도교육청, 공공기관들의 단체 지원 사업은 전체적인 규모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1년 보궐선거에 당선된 뒤 시민단체들에 지원된 세금이 10년간 1조원에 달한다며 “서울시 금고가 시민단체의 현금인출기로 전락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국고보조금을 수령한 단체들은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회계서류, 정산보고서, 각종 증빙을 빠짐없이 올리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이런 기본적인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게 더욱 놀라운 일이다. 정부 돈은 눈먼 돈이고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민간단체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공익적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투명한 회계와 엄격한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에 대한 감시기능 강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단체들의 돈줄을 죄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논란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이른바 진보 단체가, 국민의힘 정권이 들어서면 보수 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차지했다.

정부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이다. 한 해 5조원이 넘는 세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점검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정치적 탄압을 주장하며 세금 횡령을 합리화하면 곤란하다. 교육 관련 시민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정부 영향력을 우려해 정부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시민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의 세금이 눈먼 돈쯤으로 여겨지는 현재의 정부 보조금 지원·관리 구조는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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