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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사 거부한 선관위, 개혁 의지 의심스럽다

고용 세습 자행해 놓고
法 들먹이며 규명 방해
어느 국민 납득하겠나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선관위원 회의를 열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끝내 거부키로 했다.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해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란 이유를 들었다. 대신 국회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수사기관 수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의혹이 드러난 간부 4명을 수사의뢰했다. 한마디로 국회, 권익위, 검경의 조사는 다 받아도 감사원 감사만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선관위가 이 사안을 얼마나 방어적으로 대하고 있는지 말해준다. 권익위는 강제 조사권이 없어 선관위가 제출하는 자료를 토대로 조사해야 하고, 국정조사 역시 제출 자료로 이뤄지는 데다 정치적 공방에 묻히기 일쑤이며, 검경 수사는 피의자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조직의 문제를 들춰내는 데 한계가 있다. 오랜 세월 독립성이란 방어막 뒤에서 자행된 고용 세습의 전모와 관행처럼 굳어졌을 각종 직무 비위를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감사원 감사뿐인데, 그것만 콕 집어 극렬히 거부하고 나섰다. 과연 자성하고 있는지,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선관위는 헌법 97조(행정기관의 직무감찰을 위해 감사원을 둔다)와 국가공무원법 17조(선관위 인사 사무 감사는 사무총장이 한다)를 감사원 감사 거부 근거로 들지만, 아전인수식 자구 해석이란 시각이 많다. 선관위도 선거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이어서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며, 사무총장의 감사권은 인사혁신처장의 행정부처 감사 기능을 대신할 뿐이어서 감사원 감사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또 감사 대상 제외 기관을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로 특정한 감사원법 24조에 선관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선관위는 그동안 여러 번 감사원 감사를 받기도 했다. 2016, 2019년 인사업무 부당 처리로 감사원에서 직원 징계 요구를 받았고, 지난해 ‘소쿠리 투표’ 자체 감사 결과를 감사원에 제출해 적정성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귀족 노조나 하는 줄 알았던 아빠 찬스의 고용 세습이 헌법기관에서 버젓이 자행됐다. 공정한 선거 관리가 사명인 조직에 불공정이 뿌리박혀 있었다. 설령 법률상 모호한 부분이 있다 해도, 그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이 그 조직에 의해 거부당하는 상황을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지금 선관위는 거꾸로 감사원에 감사를 자청해야 한다. 기관의 독립성을 내세우기 전에 부패한 조직의 환부를 어떻게 도려낼지 먼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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