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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손 간소화와 비대면 진료, 의료계 반대 명분 약하다

LG전자에서 2021년 8월 내놓은 원격진료 솔루션의 시연 장면. LG전자 제공

국민 편의와 기대 높은 제도였지만
의료계, 정보 유출·오진 이유 외면
시행부터 한 뒤 문제점 해결해야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실손 간소화)가 국회의 첫 문턱을 넘었다.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내달 1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면서 사라질 뻔했던 ‘비대면 진료’도 시범사업을 통해 연장 실시된다. 두 건 모두 국민 편의 차원에서 제도화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의료계 반대에 막혀 지지부진한 공통점이 있다. 상황이 변한 만큼 의료계가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 정부·업계와 꾸준한 소통을 하면서 제도 정착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별도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도 보험금을 쉽게 받을 길을 열어놨다. 현재는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의원 등에서 서류를 받고 팩스 등으로 제출해야 해서 절차가 번거로웠다. 이런 이유로 2020~2022년 지급되지 않은 실손 보험금이 7400억원에 달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제도 개선을 권고한 뒤 입법화가 추진됐지만 진척은 없었다. 전송되는 의료 정보가 오·남용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반대에 막혀서다. 그런 논리라면 모바일 금융거래도 막아야 할 것이다. 실손 간소화로 비급여 의료 행위가 드러날 경우 수익이 줄어드는 데 대한 거부감이 실질적 반대 이유임을 모르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는 의료계의 요구가 상당히 반영됐다. 엄격한 요건을 달아 의료계와 의약계가 반대한 비대면 초진과 약 배달이 사실상 금지됐다. 그런데도 대한의사협회 등은 최근 소아·청소년 대상 야간(휴일) 초진 비대면 진료 반대 등을 담은 입장문을 내놓았다. 검토 단계에 불과한 것임에도 소아·청소년의 미숙한 표현력을 들먹이며 반대했다. 코로나 3년간 3660여만건의 비대면 진료 중 사고는 5건뿐이고 이용자 만족도는 80%나 된다. 안전성이 검증됐고 소비자도 요구하는데 사소한 이유로 제도화를 방해하는 건 지나치다. 소아과 및 응급실 대란 사태로 인해 적절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IT 강국이 아직도 실손 간소화와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지 않은 걸 부끄러워해야 할 판이다. 국민 기대가 높은 제도들인 만큼 우선 시행한 뒤 부작용을 해결하는 절차가 바람직하다. 의료계는 막연한 거부감만 내세우지 말고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무엇이 답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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