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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 집회에 유독 관대한 경찰, 이제 타성에서 벗어나라

지난 17일 오후 서울광장에 전날 노숙 시위를 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사용한 물품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도심을 무법지대로 만든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술판·노숙 집회와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이 18일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 5명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며, 지난 2월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이달 노동자 대회의 불법 행위도 병합해 수사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불법 집회는 현장에서 해산시키고, 도로 점거에 단호히 대응하며, 노숙 집회도 규제책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단의 조치”라고 했지만 ‘특별함’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경찰의 이런 선언에 우리는 매우 익숙하다. 몇 년째 숱하게 들어서 잘 아는 내용일 뿐더러, 그럴 때마다 결과가 어땠는지도 잘 알고 있다. 매번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거대 노조가 불법 집회를 버젓이 강행하고, 현장의 경찰은 방관하듯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시민의 원성이 커지면 경찰 수뇌부가 단호한 수사와 처벌을 말하는데, 곧 흐지부지돼서 얼마 안 가 다시 불법 집회가 벌어지곤 했다.

지난 2월에 벌어진 불법 집회를 이번 사건과 병합해 수사하겠다는데, 석 달 동안 뭘 하다가 이제 와서 한꺼번에 한다는 건가. 2월의 불법 행위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사하지 않은 미온적 대응은 5월의 술판 집회와 무관치 않다. 경찰은 현 정부 들어 화물연대 불법 파업과 건설노조 불법 이권에 고강도 수사를 벌였지만, 유독 집회에는 뻔히 보이는 불법을 지나치게 관용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한없이 관대했던 지난 정부 때의 타성을 벗지 못한 듯하다.

집회의 자유는 소중하다. 그것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법을 밥 먹듯 어기는 이들은 이 자유의 가치를 도리어 훼손하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자유는 시민의 삶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하며, 집회의 자유는 특히 그렇다. 이를 보장하고 수호하려면 법이 정한 경계를 경찰이 확고히 지켜야 한다. 세종대로가 난장판이 된 이틀간 경찰은 그러지 못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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