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전기·가스요금 인상 불가피했다… 정치 논리 탈피해야

한 시민이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기계량기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5일 당정협의회를 거쳐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확정했다. 둘 다 기존 요금에 비해 5.3% 인상됐는데 소급하지 않고 16일부터 적용된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지만 인상은 불가피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생산 원가가 올랐는데도 판매가에 제때,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팔수록 손실이 불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2021년 이후 누적 적자가 45조원대이고 한국가스공사도 올 1분기 말 기준 도시가스용 미수금(사실상 적자)이 11조원이 넘는다.

지난 12일 두 공기업의 자구책 발표에 이어 정부가 요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에 따르면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하는데 인상 속도는 이에 못 미친다. 지난 1분기 13.1원에 이어 이번에 8.0원을 올렸으니 올해 안에 30.5원을 더 올려야 할 텐데 가능성이 높지 않다. 여론을 의식한 국민의힘의 제동으로 2분기 요금 결정을 40여일 미뤘고 그나마도 인상 폭이 제한적인 것을 보면 총선을 앞두고 3·4분기 요금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요금 인상의 문을 닫아둬서는 안 된다. 에너지원 수입 의존도가 93%인데 전기·가스요금을 원가보다 싸게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할 뿐더러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는 지금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비자에게 합당한 부담을 지워 소비 절약과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유도하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전기요금 인상분 경감 및 적용 유예, 요금 분할 납부, 에너지 바우처 적용 확대 등 이번에 발표한 맞춤형 정책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도 여론의 눈치를 보며 외면한다면 현 여권이 ‘포퓰리즘’이라 비판한 이전 정부의 행태와 다를 게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한전 등의 적자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겨냥해 “민생 고통에 대해 일말의 감수성을 갖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는데 재정 운용의 효율성, 에너지 수요 관리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공공요금 인상은 어느 정권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야가 책임을 나눠질 필요가 있다. 정치 논리 개입을 줄이기 위해 요금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