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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점 회귀’ 간호법, 직역 이기주의 버리고 합의 도출하길

대한간호협회(간협) 대표단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간협 회관 앞에서 간호법 공포 촉구 단식 농성을 이어가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야당 주도로 처리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나온 결론을 주무 장관이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보고하는 것이어서 간호법은 공포되지 못한 채 국회로 돌아갈 것이 확실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간호법 제정 논란은 의료계 곳곳을 헤집어 직역 이기주의만 폭발시킨 채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정치권이 갈등 조정 역할을 포기하고 표만 계산해 무리하게 입법을 강행한 결과는 참담하다. 당장 대한간호협회는 적극적인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집단 파업은 자제한다지만 수술실 보조업무 중단을 포함한 진료 보조 거부, 간호사면허증 반납 등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며 지속적으로 반대 운동에 나설 계획이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잠재됐던 의료계 내부의 직역 간 이해 다툼이 노골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한의사 단체가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고 간호조무사 단체는 반대하는 등 언뜻 보아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단체는 기세를 몰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까지 무산시키려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최고의 전문가인 의료인들이 눈앞에 놓인 작은 이익을 위해 조금의 양보도 없는 극단적인 싸움에 매몰돼 있는 것이다.

이제는 극한 대립을 멈추고 한 발씩 물러서야 한다. 간호법이 생기면 모든 의료인의 자격과 의무를 규정한 의료법에 근거한 의료시스템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는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고령화에 따른 지역사회 간호서비스 확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안을 무산시키는 것도 곤란하다. 직역 이기주의만 버린다면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충분한 토론을 거친다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벌어진 시행착오를 해묵은 직역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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